[기자의 눈]이명재/“경기전망 너무 힘들어”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8시 22분


“경기 예측은 경제학자들에게 영원한 수수께끼다.”(폴 크루그먼 미 프린스턴대 교수)

올해는 ‘수수께끼’가 특히 어려워졌다. 경기 전망의 근거로 쓰이는 경제 지표나 변수들이 가변적이고 복잡하게 움직이기 때문이다. 경기 전망을 하는 경제연구소 연구원들은 그래서 올해가 어느 해보다 ‘피곤한 1년’이다.

“10년간 이런 작업을 해왔지만 올해는 유난히 변수들의 움직임이 심해 힘들다”는 한 연구원의 말은 이런 심경을 잘 드러낸다.

민관경제연구소들은 매년 10월경이면 다음해 경기 전망치를 제시한다. 그러나 올해는 12월 들어서도 확정치를 못 내놓거나 기존에 제시했던 올해 전망치를 수정하느라 아직도 ‘작업 중’인 곳들이 있다.

연초부터 전망치를 내놓았다가 바꾸고, 또 다시 수정해온 양상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셈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년 경기 전망을 하면서 낙관적 상황과 비관적 상황, 두 가지 시나리오별로 수치를 제시하는 방식을 동원한 것도 이런 사정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경제학의 발전과 함께 경기예측 기법도 많이 정교해졌는데 예측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설문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지표를 총동원하고 현장 분위기까지 반영하는 등 ‘그물’이 매우 촘촘해졌는데도….

기법의 발전보다 현실의 경제 상황이 더욱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적’이란 말처럼 경제 현실의 변화무쌍함을 첨단 기법이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특히 한국의 연구원들은 선진국 연구원보다 더 애를 먹고 있다. 한국 경제가 대외 변수에 워낙 취약하다보니 ‘독립적인’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가령 미국 경기를 보는 시각에 따라 한국 경제의 내년 전망치는 딴판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미국 경기에 대한 전망 자체가 엇갈리니 국내 연구원들의 예측 작업은 갈피를 잡기 힘들다. 그렇더라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전망치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 이것마저 없다면 해도(海圖) 없이 항해에 나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명재<경제부>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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