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은 직원 수가 1만명이 넘는 ‘공룡조직’이다. 올 3월 감사원 감사에 지적돼 줄인 게 이 정도다. 휴일근무수당 문제가 불거지자 공단은 ‘지난해 파업으로 밀린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휴일 근무가 많아졌다’고 하지만 인원이 남아도는 판에 전체 직원의 80%가 두 달 동안 휴일을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얘기를 곧이 들을 사람은 없다.
건보공단이 이처럼 불신을 받게 된 원인은 졸속으로 이뤄진 통합에 있다. 작년 7월 직장의보와 지역의보를 법적으로 통합해 놓고도 업무는 여전히 분리되어 있는 데다 2개의 노조가 서로 발목잡기에만 골몰하는 ‘이상한 조직’이 건보공단이다. 여기에 웬만한 공기업이면 다 깔려있는 전자결제시스템도 없을 만큼 운영도 주먹구구식이어서 업무효율성을 기대하기란 애초에 무리다. 한 해 15조원이 넘는 자금을 다루는 조직으로서 털끝 만한 착오도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이런 판국이니 툭하면 ‘사고’가 터지는 게 아닌가. 이 마당에 사회보험노조(옛 지역보험노조)는 해고자 복직 등을 요구하며 어제부터 전면파업을 벌인다는데 도대체 지금이 그럴 때인지 묻고 싶다.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건강보험의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 ‘화근’을 뿌리뽑지 않고 내년 예정대로 재정통합을 강행하면 감당할 수 없는 사태가 닥칠지도 모른다. 우선 적정인원을 산출해 과감하게 ‘군살’을 줄이고 조직을 새로 짜는 게 급하다. 관리운영비를 줄이는 것은 의료보험 통합의 명분이기도 하다.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현대적 경영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런 일을 건보공단에만 맡겨둘 수는 없다. 사사건건 노조에 발목잡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건보공단이다. 정부가 나서서라도 하루빨리 건보조직을 정상화시켜 공단도 살리고 건강보험도 살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