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팀성적은 토종하기 나름"

  • 입력 2001년 11월 30일 18시 37분


‘토종 농사가 팀 성적을 좌우한다.’ 올 시즌 프로농구의 특징이라면 ‘외국인선수의 상향평준화’. 예전에는 팀당 보유할 수 있는 2명의 용병 중 하나가 함량미달의 ‘가짜’이거나 아니면 둘 다 신통치 않아 코칭스태프가 애를 먹었다.

하지만 올해에는 2명의 외국인선수가 모두 고른 활약을 보이는 팀이 많아 용병만으로 승패를 결정짓기 힘든 상황. 오히려 승부의 열쇠를 토종 선수가 쥐고 흔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SK 빅스는 맥도웰과 아이크가 골밑을 굳게 지키는 가운데 문경은 최명도 조동현이 제몫을 다한 덕분에 공동선두로 나섰다. 특히 삼성에서 트레이드된 문경은은 경기당 평균 18.3점으로 공격을 이끌고 있으며 고비에서는 화끈한 3점슛을 날려 해결사로 떠올랐다.

SK 빅스와 공동선두의 한 축을 이룬 동양도 신인 가드 김승현이 눈부신 개인기와 스피드를 앞세워 코트를 휘저은 데 힘입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동양은 힉스와 페리맨에 대한 득점 의존도가 56.1%로 10개 팀 가운데 두 번째로 높아 팀 전력의 불안요소로 보인다. 6라운드의 강행군을 치르면서 자칫 용병이 지치거나 부상이라도 하면 급격히 무너질 우려가 있는 것. 동양이 상위권에 머물려면 전희철 김병철 등의 뒷받침이 절실하다.

2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삼성 역시 주희정 우지원 이규섭 이정래 김희선 등 주전과 후보의 구분이 거의 없는 두꺼운 국내 선수층을 앞세워 타이틀 방어를 자신하고 있다. 삼보는 허재 김승기 양경민 등 국내 선수의 득점이 전체 팀득점의 61.6%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덕분에 당초 약체라던 예상을 깨고 중위권에서 선전하고 있다.

반면 모비스는 김영만의 부상으로 외곽에 구멍이 휑하니 뚫려 9위에 처져 있다. LG는 조성원의 널뛰기 슛감각에, SBS는 김훈과 김성철의 기복 심한 플레이로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며 불안한 모습. 코리아텐더 역시 용병 콤비는 최상이지만 국내 식스맨층이 워낙 엷어 고전하고 있다.SK나이츠와 KCC는 시즌 초반 용병 교체의 홍역을 겪으며 똑같이 하위권을 맴돌았으나 앞으로 행보는 달라질 것 같다. SK 나이츠는 서장훈 조상현 등 정상급 스타가 정상 컨디션을 되찾으면서 상위권으로 치고 나갈 전망이지만 KCC는 용병이 수준 이하인 데다 정재근 양희승 추승균 등 포워드라인에 국내선수가 편중돼 있어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김종석기자>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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