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서울 두 팀의 유격수 세대교체

  • 입력 2001년 11월 20일 14시 15분


요즘 초등학교 야구를 보면 아주 덩치가 작은 선수들이 포수를 맡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서로들 포수 하기를 꺼려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제일 야구 못하고 학년 어린 선수한테 마스크를 씌우기 때문이라고들 하는데... 따지고 보면 포수 못지않게 힘들고 수비부담이 큰 자리가 바로 유격수다. 유격수는 전체 야수 중 확률적으로 가장 많은 타구를 처리 할 뿐만 아니라, 포수와 함께 항상 수비진의 중심에서 전체를 리드해 주는 역할까지 맡아야 하는 아주 고된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때 '유격수는 2할 5푼만 쳐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요즘 유격수는 수비는 기본이고 타격도 좋아야 한다. 욕심 많은 팬들은 그것으로 모자라 빠른 발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ML에서도 ‘Wizard of Oz’란 닉네임에 걸맞게 환상적인 수비력을 보여줬던 아지 스미스로 대표되던 구세대 유격수의 모습은 A-rod가 보여주는 새로운 개념의 유격수로 대체된 지 오래이고, 요즘은 미구엘 테하다, 리치 오릴리아 같이 별로 안 유명한(?) 유격수들도 가볍게 30개 이상의 홈런을 때려내고 있다.

이번 시간에 살펴보려는 내용은 서울을 연고지로 쓰고 있는 두 프로구단의 유격수 문제이다. 두 구단은 모두 한 명의 선수가 주전 유격수 자리를 오래 동안 지켜오고 있다. 과연 이들은 내년, 후년에도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1. 유지현 (LG 트윈스)

2001년 129게임 448타수 127안타 (0.283) 9홈런 53타점 90득점 21도루 96볼넷 59삼진 15실책

유지현의 올해 성적은 위에서 보듯 상당히 훌륭하다. 공격 모든 부문에서 자신의 몫을 충분히 해 주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세칭 현재 한국 최고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는 박진만과 비교해 보자. 유지현의 실책이 10개나 적다. 물론 현재 유지현의 수비가 박진만보다 뛰어난 것은 아니다. 이 실책 숫자야말로 유지현이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유격수 수비에서는 ‘맛이 가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이다.

유지현의 어깨가 보통 유격수들 보다 약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빠른 발놀림과 타고난 센스, 강하지는 않지만 엄청나게 정확한 송구로 이종범 없는 한국 프로야구의 최고 유격수노릇을 해 왔다. 게다가 그는 리그 최고의 톱타자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99년 봄 부상으로 1달 여를 쉬고 돌아온 뒤부터 '유격수' 유지현에겐 위기가 닥치기 시작했다. 유격수 자리는 안상준의 것이었고 그는 원하지 않는 2루수를 보아야 했다. 결국 다시 유격수 자리를 찾아 그해 골든 글러브까지 받긴 했지만 트윈스 내에서 한번도 도전 받아 본 적 없는 '유격수' 유지현의 절대권력은 그때 큰 타격을 입은 게 사실이다.

그리고 맞은 2000, 2001시즌. 유지현의 수비범위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예전 같으면 어떻게든 건져냈을 타구가 빠져나가는 비율이 높아졌다. 94년 신인왕을 차지할 때 유지현의 실책수는 24개였다. 실책수의 많고 적음이 수비력을 측정하는 직접적인 잣대가 될 수는 없지만 유지현의 실책이 줄어든 데는 그의 좁아진 수비범위(로 인해 타구를 쫓아가지 못 하는것)가 큰 몫을 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유지현은 지금도 분명 좋은 유격수다. 게다가 그 자신이 유격수에 대한 애착이 대단히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3루를 홍현우에게 맡기고 자신은 2루수로 남은 선수 생활을 마무리 하는 게 자신이나 팀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싶다. 풀 시즌을 뛰기에 유격수라는 자리는 유지현에게는 힘에 부쳐 보인다.

2. 김민호 (두산 베어스)

2001년 109게임 306타수 66안타 (0.216) 4홈런 29타점 42득점 14도루 29볼넷 44삼진 13실책

김민호를 이야기 할 때 항상 따라다니는 수식어가 바로 '95년 한국시리즈 MVP'다. 아마시절부터 화려한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던 유지현과는 달리 어렵게 프로에 들어온 김민호였기에 한국시리즈 MVP는 언론에서 '인간승리' 어쩌구 하면서 다루기 참 좋은 소재였고 그 때의 이미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는 듯 하다.

실제로 95년의 김민호는 8월에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최다안타부문 1위를 달렸을 만큼 좋은 공격력을 보인 적도 있었다. 95년 한국시리즈 후 극심한 허리부상을 당하고 난 후의 김민호는 99년을 제외하고 지극히 평범한 선수에 지나지 않는다.

김민호는 리그 평균 이상의 유격수 수비력과 빠른 발을 가지고 있다. 물론 출루율이 뒷받침 되지 않는 도루능력이란 의미가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김민호가 허준 이나 김태균 보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다면 이유는 그것일 것이다.

지난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민호는 무릎 인대 파열이라는 중상을 당했다. 아마도 내년 시즌 초반까지는 출전이 어려울 것이다. 현재로는 홍원기가 유격수를 맡을 것으로 보이지만 홍원기는 원래 3루수지 유격수는 아니다. 물론 김호를 주전 유격수로 쓸 수는 없다. 게다가 이종민은 원래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최근 3년 이상 유격수를 본적이 거의 없다. 어찌됐건 베어스는 트윈스에 비해 유격수 세대교체가 더 시급한 형편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트윈스의 경우 일단은 유망주가 너무 많아서 탈이다. 유지현이 2루로 떠날 경우 안상준, 권용관, 손지환, 이종열등이 모두 유격수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 것이다. 이들은 모두 1군 무대 경험이 있는 선수들이기 때문에 누구를 써도 세대교체에 따른 충격은 크지 않으리라 생각된다.

베어스의 경우는 신인 충원 쪽으로 초점을 둘 만하다. 벌써부터 2003년 신인 드래프트 얘기를 하는 게 이른 감은 있지만 마침 서울지역에 쓸만한 유격수가 있다.

박경수(朴慶洙) 84년 3월 31일생 178-77 성남중-성남고2 우투우타

이른 감이 있다고 한 이유는 아직 동계훈련도 하지 않았고 내년이 되면 어디서 어떻게 좋은 선수가 갑자기 튀어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1992년 춘계대학리그때 갑자기 등장한 이상훈처럼) 하지만 박경수는 모처럼 등장한 유격수 대어다. 물론 2000년 고교 최고 유격수라던 김동건(춘천고-SK 와이번스)도 아직 2군에 머무는 날이 많듯 고교와 프로는 엄청난 수준차가 난다. 하지만 브리또라는 큰 산에 막혀있는 김동건과는 달리 박경수는 현재 선수 구성으로 보았을 때 두산에 입단할 경우 당장 주전을 확보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

베어스는 2002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성남고 출신 2루수 고영민을 1순위로 지명했는데 이것은 1년 후배인 박경수를 확보하기 위한 사전공작이란 말까지 나왔을 정도로 박경수에 대한 베어스의 관심은 높다.

물론 변수는 많다. 그 밖의 몇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예상해 보면

1. 두 구단 모두 박경수에 관심을 가지고 1차지명을 추진 할 경우, 자유계약제이기 때문에 자금력에서 앞서는 트윈스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2. 두 구단 모두 투수로 1차지명을 결정할 경우 (박경수가 뛰어난 유격수이긴 하지만 좋은 투수가 있을 경우 이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지역에는 현 고1 유격수중 김재호라는 선수가 있다)

등이 있다. 어떤 식으로든 곧 다가올 서울 두 팀 유격수의 세대교체는 관심을 가지고 지켜 볼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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