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유럽 신도시-上]영국 밀턴 케인스…30년째 개발

  • 입력 2001년 11월 13일 17시 48분


《폭등하던 집값을 잡고 서울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건설한 분당 일산 등 신도시가 조성된 지 10년이 지났다. 이들 수도권 5개 신도시는 집값 안정에는 기여했지만 자족적이고 쾌적한 주거단지를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는 양면의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경기 성남시 판교동 일대를 포함, 전국 대도시 주변에 크고 작은 신도시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 수도권 5개 신도시에서 경험한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새로운 방식의 개발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신도시 개발 사례를 통해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신도시를 조성할 수 있는 방안을 두 차례로 나눠 모색한다.》

영국 런던과 버밍엄 중간에 위치한 신도시 밀턴 케인스.

런던의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진 이 곳은 2693만평 규모의 넓은 구릉지에 12개의 인공호수와 2500만 그루의 나무로 이뤄진 숲, 그 사이로 보일 듯 말 듯 지어진 1∼6층 높이의 건물들이 어우러져 잘 가꿔진 대학 캠퍼스를 연상케 한다. 시내 중심가를 제외한 곳은 인도와 차도가 분리돼 있고 도시 전체를 순환하는 300㎞의 자전거 전용도로가 있어 말그대로 환경친화적인 도시이다.

현재 20만명이 살고 있고 4500개(2001년 4월말 기준)의 기업이 2만개의 일자리를 제공해 실업률은 1.5%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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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발 관리담당 쉐릴 몽고메리 인터뷰

도시 중심부에 위치한 퍼즈톤호수에 딸 재스민(4)과 함께 산책 나온 제임스 마크(21)씨는 "두 달 전 이곳으로 입주해왔다" 며 "걸어서 출퇴근과 통학을 할 수 있는 생활기반시설 덕분에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며 만족해했다.

쾌적하면서도 일자리를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자 이곳을 찾는 수요가 크게 늘어 부동산 값도 급등하는 추세다. 땅값의 경우 1970년 ha당 750파운드였으나 현재는 ha당 100만파운드로 1300배 이상 급등했다.

밀턴 케인스가 처음부터 노른자위 땅은 아니었다. 신도시 조성 이전 홍수 때마다 물에 잠기는 늪지대로 버려진 곳이었다. 이를 꿈의 도시로 바꾼 비결은 장기적이고 치밀한 신도시 조성 계획 이었다.

밀턴 케인스가 처음 계획된 것은 1967년. 런던과 버밍엄의 인구를 분산시킨다는 목적에서 출발했다. 이후 3년간 계획을 세운 뒤 1970년부터 건설을 시작, 현재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영국 정부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밀턴 케인스의 30년 뒤의 개발 방향 수립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집값 급등을 이유로 몇몇 공무원의 비밀작업을 거쳐 몇 달 만에 사업계획을 결정하고 3∼4년 만에 도시를 찍어내는 한국식 신도시가 태생적으로 문제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밀턴 케인스의 홍보를 담당하는 자선단체인 'CDC' 의 마이클 시노트 이사는 "25년 단위의 장기 개발계획을 세우고 시장 상황에 맞게 부분적으로 수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고 말했다. 한국의 신도시 건설 담당자들이 귀기울여야 할 충고다.

<밀턴케인스(영국)=황재성기자>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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