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예술]가족, 이웃사랑의 원동력 '참으로 소중하기에…'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42분


참으로 소중하기에… 조금씩 놓아주기/최일도 지음/294쪽 8500원 중앙M&B

‘밥퍼 목사’로 잘 알려진 최일도 목사가 ‘가족’이야기를 중심으로 써 내려간 에세이집. 남을 위해 사는 사람들은 흔히 자기 가족을 등한시하기 쉽다. 그렇다면 남을 위해 사는 것으로 유명인이 됐고 또 그것을 평생 소명(召命)삼아 살아가는 그에게 가족은 무엇일까.

서울 청량리 588 뒷골목에서 창녀 노숙자 행려병자 등을 상대로 한 빈민선교가 그라고 힘들지 않을까. 하루 종일 누구보다 힘든 일을 하는 그는 어디서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을까. 그가 믿는, 어찌보면 막연한 하나님일까. 이 책을 읽어보면 해답은 가족에게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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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가족을 ‘포근한 보금자리’라는 식으로만 말하지 않는다. 가족은 분명 따뜻한 곳이지만 또 그의 발목을 잡고 부담을 주는 곳이기도 하다.

그가 밥퍼 공동체를 시작할 무렵, 버려진 노인에게서 본 것은 바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 너무 일찍 곁을 떠난 아버지가 떠올라, 한때 누군가의 아버지였을 그 노인들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러나 무의탁 노인들을 섬기기 시작했을 때 어머니의 반응은 차가왔다. “네가 용돈 한번 줘봤니? 친어머니 하나 봉양 못하면서 남의 부모를 섬긴다구?”라며 역정을 내는 어머니 앞에서 그는 고개를 떨굴 때도 많았다. 그런 어머니가 어느날 문득 공동체 현장에 나와 가만히 설거지를 거들기 시작했을 때 그는 고맙고 죄송스런 마음에 청량리 뒷골목에서 어머니께 큰 절을 드렸다.

아이를 둔 아버지로서 갈등을 겪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어느해 개천절 휴일. 여느날과 다름없이 아이에게 아침밥을 해먹이고 나갈 채비를 서둘렀다. 신발을 신으려다 문득 아이를 쳐다보니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고 실망스런 표정이 가득했다. “오늘은 노는 날인데 아빠 꼭 가야돼요”라는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목이 메어왔다. 그렇지 않아도 컴컴한 지하방에 아이를 남겨두고 가는 마음이 무겁던 참이었다. 아이는 아예 문고리를 잡고 울기 시작했다. ‘자식 마음을 이토록 아프게 하는 아버지가 무슨 아버지란 말인가.’ 온갖 생각과 후회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결국 아이를 둘러업고 청량리로 갔다. 그날 그의 모습을 본 청량리 언니들과 포주들은 눈시울을 붉혀가며 아이를 돌봐줬다.

최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저는 이웃을 돌본 적이 없습니다. 다만 우리 ‘가족’과 함께 살아왔을 뿐”이라고. 힘든 길을 같이 걸어온 어머니 아내 아이들, 이들과 주고받은 사랑이 그에게 더 큰 사랑을 실천하는 힘이 됐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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