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 고르기 다섯고개]'순이와 어린동생'

  • 입력 2001년 11월 2일 18시 28분


<글 싣는 순서>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

2. 그림책에 대한 잘못된 생각

3. 아이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그림책

4. 드러내지 않고도 감동을 주는 그림책

5. 좋은 그림책이란 어떤 책일까?

1)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 책-'순이와 어린동생'

그림책 속엔 글과 그림이 있다. 둘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한다. 이 때 그림은 글의 이해를 돕는 보조장치가 아니라, 그 자체로 많은 이야기를 전하는 주요 전달수단이다. 그림의 모양과 크기, 색깔과 질감, 구도 등이 자아내는 이야기는 글과 함께 이야기를 풍부하게 만든다. 그러므로 그림책 읽기에는 그림을 읽는 재미가 있다. 아이들은 가르쳐 주지 않아도 그림 속으로 빠져들어 그림을 읽고, 상상을 더하여 이야기를 즐긴다.

‘순이와 어린 동생’은 엄마가 잠깐 은행을 가신 사이, 동생을 보던 순이가 동생을 잃었다 찾기까지의 이야기다. 동생을 잃어버린 순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몇 장면을 통해 그림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건네는지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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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순이가 어린 동생에게 신발을 신겨주는 장면. 순이의 표정과 동작에서 동생을 아끼는 언니의 마음이 느껴진다. 순이가 입은 빨간 옷과 함께.

<10, 11쪽> 순이가 동생을 위해 열심히 기찻길을 그리는 장면. 갑자기 장면은 클로즈업되어 순이를 크게 담고 있고, 화면 속에 동생은 보이지 않는다. 기찻길 그리기에 몰두해 있는 순이 마음과 동생이 없어졌을지 모른다는 암시가 확 다가온다.

<12,13쪽> 동생이 사라졌다. 긴 화면에 골목 전체가 담겨있다. 텅 빈 골목, 텅 빈 순이의 마음. 힘 빠진 순이의 팔과 다리, 손에서 미끄러져 두 동강이 나는 분필 조각, 표정 없는 옆모습. 고개를 든 순간 다가온 당황함이 곳곳에서 묻어난다.

<14,15쪽> 큰길에서 난 자전거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동생이면 어쩌나, 온 힘을 다해 뛰는 장면. 순이의 절박함이 잘 묻어난다. 동그랗게 뜬 눈, 꽉 쥐어진 주먹, 한 올 한 올 날리는 머리카락, 빨갛게 상기된 볼, 코끝, 주먹, 귓바퀴까지. 금방이라도 순이의 심장 뛰는 소리가 콩콩콩 들릴 것만 같다.

<마지막 장면> 드디어 동생을 찾았다. 영화가 끝나면서 화면이 줄어들 듯 그림책 화면도 줄어들었다. 반가운 마음에 동생을 와락 끌어안은 순이와 달리 엉겁결에 끌어안긴 동생 모습이 젖혀진 고개, 달랑거리는 다리에 그대로 드러난다. 저기 멀리 엄마가 보이고, 긴장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처럼 그림책은 그림과 그림이 이어지는 가운데 훌륭한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그림책을 고를 때 꼭 떠올려보자. ‘그림만으로도 이야기 흐름이 자연스러운가?’

조현애(부산대 사회교육원 ‘어린이 독서지도 과정’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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