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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22일 16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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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축구의 발전! 솔직히 그것을 바라보노라면 은근히 배알이 꼬이고 껄끄러운 구석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유난히 축구에 있어서 중국이나 일본을 대하는 우리에게는 그런 구석이 좀 있다. 축구로 인해 가질 수 있는 우리의 우월감과 아시아 최강이라는 자존심을 자꾸 제3자에게 침해 당하는 것을 우리 가슴 속에서 용납하려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불안감을 느끼고…
하지만, 중국 축구의 발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조금 정리했으면 한다. 즉, 보다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 보자는 것이다. 굳이 억지로 긍정적인 면을 찾아 내면서 스스로를 위로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한국 축구의 현재 위상과 역할,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고려할 때 중국 축구는 분명히 우리와 일정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밖에 없으며, 서로의 발전에 한 구실을 하는 존재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제 과거의 아시아 축구 판도는 무의미하다. 한 때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한 축을 이룰 정도로 막강한 시절도 있었고, 한참 동안은 중동 산유국들의 활약이 눈부시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의 아시아 축구는 ‘일본’으로 대표되는 것이 사실이다.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또한 사우디나 이란은 그들 나름대로 일본의 존재가치를 부인할 지 모르지만, 적어도 아시아 밖에서 바라보는 눈은 일본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들은 가장 많은 투자를 했으며 지금 현재 아시아 각국 중에서 가장 세계적인 경기력과 지명도를 가지고 있다. 또한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과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차지할 일본의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일본이 가지는 결정적인 약점이 있으니… 월드컵에서 거둔 성적이 초라하기 그지 없다는 것도 있을 것이고,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축구 강국들과 직접 비교할 때 확실히 경기력에서 우위를 가지지 못한다는 것도 있겠지만, 일본이 가지는 가장 큰 핸디캡은 ‘아시아’라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지리적인 한계일 수도 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축구가 지속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아시아 주변 국가들의 동반발전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주변 국가의 역량이 함께 성장을 한 상태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세력을 형성한 후 그 중에서 가장 앞서 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면, 지금처럼 일본 축구가 아시아에서 겉도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아시아 축구가 함께 레벨 업 되지 않는 이상, 홀로 유럽 최강 수준의 경기력을 가진다는 것은 훨씬 많은 투자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월드컵을 제창하고 실천에 옮긴 쥴리메 할아버지. 그리고, 그의 뒤를 이어 월드컵을 세계 최대의 이벤트로 만들고 FIFA를 IOC보다 더 크게 만든 아벨란제 할아버지. 이 양반들에 대해서 속속들이 평가하기에는 내 지식이 짧지만, 최소한 하나의 업적은 지적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축구의 세계화와 전체적인 경기력 향상을 위한 방향을 꾸준히 견지해 왔다는 점이다. 결코 월드컵이 유럽만의 잔치가 되지 않게 했을 뿐만 아니라 아시아나 아프리카, 북미, 오세아니아 등 상대적으로 축구 수준이 떨어지는 지역에 대해서도 꾸준히 발전과 참여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물론 아벨란제 할배가 FIFA 대빵으로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는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지지를 얻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월드컵이 그 중심에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다시 눈을 아시아로 돌려 보자. 현재 아시아 축구의 대표주자는 일본이며 좀 더 눈을 넓게 가져간다면, 아시아 중에서도 한-중-일로 구성되는 동북아 3국이 가장 일선에서 발전을 주도한다고 볼 수 있다. (아쉽게도 아시아의 강력한 세력이었던 중동 축구는 과거보다 많이 위축되었다.) 일본이 맨 먼저 치고 나가자 한국이 발 빠르게 경쟁 대열에 참여하면서 월드컵까지 공동 개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빌미가 되어 중국이 참여하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적어도 2002 월드컵을 기준으로 볼 때 아시아 축구는 사상 최고의 도약 기회를 잡게 되었으며, 그 기회를 살려서 아시아 축구를 한 궤도 높은 곳으로 끌고 갈 열쇠 중 하나를 중국이 거머쥐게 된 것이다.
애써 한국과 중국으로부터 눈을 뗀 채 아시아를 부인하려 하는 일본에게는 방향의 전환이 요구되며, 한국으로서는 중국의 월드컵 진출을 그저 배알 꼴린 채 바라볼 수 없는 이유이다. 서로가 견제하면서 앞서 나가기 위한 경쟁은 불가피하겠지만, 공동의 발전을 위해 서로 협력하면서 유럽에 비교될 수 있는 하나의 터전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가졌으면 좋겠다. 중국의 축구 시장이 한국과 일본 이상으로 발전하도록 측면 지원을 해 주고, 2002년 월드컵 이후에도 중국 축구가 계속해서 세계 축구에서 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도록 한국과 일본은 지원을 하겠다는 자세를 가질 수는 없을까? 아시아 축구도 유럽이나 남미처럼 하나의 특징적이고 영향력 있는 영역을 구축할 수는 없을까? 또한 세계 축구의 흐름에서 하나의 고유한 역할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중국은 아시아 축구의 한 축을 차지할 자격과 가치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중국은 가장 큰 축구 시장을 형성할 것이며 가장 많은 선수들을 거느릴 것이다.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중국 축구가 성장을 한다면 아시아 최고의 프로 리그는 중국이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으로서는 그 시장과 자원을 공유하고, 한편으로는 적절한 소비와 재생산을 통해 이익과 발전을 공유할 수 있다. 그것은 또한 아시아 축구의 현저한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을 공동 개최하고 여기에 중국이 사상 최초로 참가를 하고, 또한 3국의 프로 리그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며 세 나라의 경기력이 동반 발전하는 상황. 이처럼 좋은 기회가 또 언제 올 것인가?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한국 축구가 국제 축구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 있다. 앞서 나가는 반면 자꾸 겉돌려고 하는 일본 축구, 반면에 한국과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는 중국 축구. 그리고, 그 사이에 위치한 한국 축구. 결과적으로 한국 축구는 중국이나 일본 축구와의 동반발전 없이는 앞뒤로 치이면서 고단한 여정을 할 수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마치 우리의 역사처럼 말이다.
이제는 우리가 주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일본을 따라가고 중국에게 등 떠밀리기 보다는 한국 축구의 발전과 원동력을 얻기 위해 중국이나 일본을 독려하면서 그들의 참여를 끌어 들일 수 있는 동반발전 모델을 우리가 제시했으면 한다.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통해서 볼 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 이기도 하다. 아시아 축구에서 차지하는 위상, 지리적인 환경, 그리고 국제적인 축구 외교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떨떠름하기만 한 일본과의 월드컵 공동개최. 그리고, 배알이 좀 꼬이는 중국의 월드컵 진출… 아쉽게도 우리의 가슴은 이런 상황이다. 모르긴 해도 일본 또한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중국은 중국 나름대로 한국과 일본을 아니꼽게 바라보면서 분기탱천할 것이고…
참다운 아시아 축구 맹주의 모습이란, 이런 한계를 앞장 서서 극복하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한다. 생존 경쟁에서만 이기려 하지 말고 서로의 터전을 앞장서서 확보하고 지켜주는 일, 거기에 한국 축구가 한 번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중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을 축하해 줄 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자신감이 필요할 것이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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