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외국인'은 모범답안?

  • 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48분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투자자의 비중은 대단히 크다. 기관투자가이건 개인투자자이건 외국인의 동향 하나하나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그만큼 이들의 매매 패턴과 자금의 움직임에 국내 증시가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게다가 이들은 투자 능력도 대단히 뛰어난 것처럼 보인다. 올해 들어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10여차례 투자주체별 분석자료를 살펴보면 외국인은 항상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으로 나타난다. 그래서 ‘외국인이 하는 대로 따라만 하면 된다’는 이야기까지 시장에 나돈다. 과연 그럴까.

▽‘외국인 찬가(讚歌)’의 허실〓증권거래소는 18일 ‘주가 움직임과 투자자 대응’이라는 보도자료를 냈다. “종목별로 주가 움직임을 구분할 경우 외국인은 상승세를 지속한 종목을 계속 사들였다”는 내용이다. 또 8월에는 “외국인은 지수가 오른 날에 주로 순매수를 하고 지수가 떨어진 날에 순매도해 시장상황에 순응한 반면 개인은 오른 날에 팔고 내린 날에 사들여 시장 상황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자료를 내기도 했다.

언뜻 보면 외국인은 오를 때 사고 내릴 때 팔며, 오르는 종목만 사고 내리는 종목은 파는 ‘너무나 훌륭한 투자자’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는 원인과 결과를 뒤집어놓고 분석한 탓에 나온 오해라는 지적이다.

외국인이 시가총액이 크고 지수에 영향을 주는 대형주 위주로 투자한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따라서 삼성전자처럼 외국인의 비중이 높은 종목은 외국인이 사야 오르고 팔면 내린다. 따라서 이들이 사느냐 파느냐에 따라 지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종목들의 주가는 변하게 돼있다. 당연히 지수도 여기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즉 주가가 오르는 종목을 외국인이 사는 게 아니라 외국인이 사니까 주가가 오르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어디까지 참고할까〓외국인투자자의 일반적인 투자 전략, 즉 기초와 실적이 좋은 우량 기업 위주의 투자 방법은 분명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이들의 자금이 전체적으로 유입되느냐 빠져나가느냐는 세계가 한국이라는 이머징마켓(신흥시장)을 어떻게 보고 있느냐의 척도가 되므로 이 또한 중요한 참고 자료다.

그러나 흔히 ‘외국인’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투자 주체도 사실 그 속을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이다. 지역이 다르고 투자자금 성격이 다르다. 이 중에는 기관도 있고 개인도 있으며 헤지펀드도 있다. 연기금 같은 장기투자자금도 있고 단타매매자금도 있다. 따라서 ‘외국인 전체가 이렇게 했더라’는 결과를 과도하게 하나의 의미로 확대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신한증권 박효진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이 산다고 따라 사고 판다고 따라 파는 방법은 올바른 투자방법이 아니다”며 “외국인이 어떤 종목을 눈여겨보고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인지, 또 전체적으로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 자금을 끌어들인다면 국내 경제 상황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등을 참고하는 게 외국인 투자를 제대로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외국인투자자의 투자 행태
날짜내용
7월12일기관과 외국인 동시 순매수 종목은 하락장에서도 주가 상승. 개인투자자 순매수종목은 평균 6.3% 하락.
8월2일외국인은 지수 상승일에 순매수, 지수 하락일에 순매도해 시장 상황에 순응. 개인은 반대 성향으로 시장 상황과 역행.
9일외국인이 5% 이상 보유하고 있는 종목 주가 상승률이 종합주가지수 상승률보다 높음.
23일외국인은 흑자 지속 법인을 집중적으로 매수. 개인투자자는 적자 지속 법인에 대해 순매수.
10월 4일테러 이후 음식료품 전기가스 건설업 등 내수 관련주 선전. 외국인은 통신 음식료품 건설업종 순매수.
18일외국인은 상승을 지속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인 순매수.
증권거래소의 보도자료 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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