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자금 투입은행 너도나도 "독자생존"

  • 입력 2001년 10월 17일 23시 17분


정부가 국제 금융환경에 맞춰 은행의 대형화를 추진하고 있으나 공적자금을 받은 중소형 은행들을 중심으로 ‘독자 생존’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들 은행은 내년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정관계 인맥을 동원, 생존을 위한 치열한 로비를 펼치고 있어 관계 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은 △국제 금융 추세와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공적자금을 투입해 부실 은행을 연명시킨다는 비판과 함께 △공적자금 조기 회수라는 정부의 당면 과제와도 동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금융지주회사 통합작업 난항〓노사정위원회에는 요즘도 우리금융지주회사에 편입될 예정인 평화 경남 광주 등 3개 은행의 ‘독자 생존’문제가 단골 안건으로 올라온다. 한국노총 등 노측 주장의 근거는 영업 실적 호전. 지난 연말 정부는 이들 3개 은행에 공적자금 1조원 이상을 투입하면서 지주회사 편입에 대한 노조 동의서까지 받았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공적자금 투입 후 영업 실적이 뚜렷이 좋아졌다며 지방 경제를 살리는 취지에서 지주회사 편입을 재고해줄 것을 간접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노측은 표면적으로는 ‘내년 3월까지 경영 개편을 하지 않는다’는 합의서 조항을 내세워 시급히 진행되어야 할 전산망 통합 작업을 비롯한 각종 통합 사전 작업을 지연시키고 있다.

특히 이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표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과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통해서 ‘지주회사 편입을 재고해달라’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 정부를 난처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는 “국회 정무위에서도 의원들이 이 문제를 자주 거론하고 있고 최근에는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탄원서까지 접수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내년 6월까지 기능재편 작업을 마무리짓는다는 스케줄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

▽서울은행도 독자생존 주장〓최근 도이체방크캐피탈파트너스(DBCP)와의 외자유치 협상이 결렬된 서울은행도 노조를 중심으로 독자생존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서울은행의 경영진은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조측은 “매각만이 능사는 아니며 현재 영업실적이 상당히 좋아졌기 때문에 시급하게 매각이나 통합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서울은행에 출연이나 출자 방식으로 그동안 투입된 공적자금은 5조6000여억원.

정부는 서울은행 문제와 관련, 해외 매각을 계속 추진하되 여의치 않을 경우 우리금융지주회사 편입이나 다른 우량은행과의 합병 등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경제학과 이만우 교수는 “독자생존 주장은 근본적으로는 정부 정책의 일관성이 결여됐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라며 “은행의 대형화 추세에 비춰 독자생존은 불가능한 만큼 다 같이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훈기자>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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