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맥도널드 “오 마이 갓!”…매장등 곳곳 습격

  • 입력 2001년 10월 17일 19시 01분


지난주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에 공습을 시작한 몇 시간 뒤 반발이 시작되었다. 파키스탄에서는 성난 군중이 이슬라마바드와 카라치에 있는 맥도널드 상점을 파괴했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시위대가 휴양지 우중판당에 있는 맥도널드 상점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운 다음 상점을 습격했다. 피자헛, 던킨 도너츠, 나이키,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KFC), 코카콜라, 펩시 등 미국을 상징하는 기업들의 판매점과 광고판들 역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이 다국적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온 세계 사람들의 입맛을 획일화시킨다는 비난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러나 ‘미국의 문화 제국주의’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심지어 유럽에서조차 증가하고, 거기에 이번 테러 사건 이후 일어난 일들이 겹치면서 문화와 입맛이라는 주제에 그보다 훨씬 더 폭발력이 강한 정치와 종교라는 주제가 끼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다국적 기업의 고위 간부들은 수많은 기업들이 성장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세계화가 앞으로도 계속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이 문제에 가장 날카롭게 직면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맥도널드이다. 지난해 맥도널드는 총 매출의 절반 이상을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 올렸다. 10년 전에는 해외 매출이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분의 1 수준이었다. 맥도널드는 미국 내에 이미 수많은 점포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빠른 성장을 위해 해외에 점포를 늘려야 한다는 결정을 오래 전에 내렸었다. 따라서 주주들과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이 때의 결정을 되돌려야 한다면, 과연 이 회사가 앞으로도 번창할 수 있을 것인지 걱정하고 있다.

맥도널드뿐만 아니라 버거킹, KFC 등 중요 기업들은 세계화 전략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맥도널드처럼 미국의 상징이 되어버린 브랜드의 경우 세계 시장의 지배가 이제는 자산이라기보다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이번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있기 전에도 맥도널드는 달러의 강세와 남미의 경제성장 둔화, 유럽과 일본의 광우병 공포 등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일부 브랜드 전문가들은 어쩌면 코카콜라도 맥도널드와 마찬가지로 성장 둔화를 겪게 될지 모른다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 최근 코카콜라는 물과 차 등 탄산음료가 아닌 음료수의 판매 쪽으로 옮겨가고 있고, 맥도널드도 피자를 기웃거리고 있다. 또한 이 두 회사는 무감각한 미국의 거인이 아니라 현지 경영체제를 갖춘 세계적 기업으로 자신들의 이미지를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맥도널드의 대변인은 맥도널드가 미국 기업이 아니라 전 세계에서 현지인 소유주에 의해 경영되는 세계적 기업이라는 전통적인 주장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문제는 전 세계 사람들이 이런 주장을 믿지 않는다는 데 있다. 메릴랜드대 정치학과 벤저민 바버 교수는 미국의 거대 기업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받아들이는 외국 사람들의 감정과 문화적 충격에 무관심했던 것이 지금과 같은 저항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맥도널드의 간부들은 이런 주장에 강력히 반발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맥도널드 상점에서는 독신 남성들이 반드시 여자나 아이들과는 떨어진 자리에서 식사를 하도록 하고 있고, 인도에서는 빅맥 대신 고기가 들어가지 않은 마하라자맥을 판매하고 있을 정도로 지역 문화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한 자사 점포에 대한 습격을 세계 최대 레스토랑 체인으로서 감내해야 하는 대가로 생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자들 중에도 맥도널드의 이러한 주장에 동조하는 사람들이 있다. 맥도널드의 덩치가 너무 크기 때문에 질투, 시기심, 분노, 반미감정 등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인류학과의 제임스 워트슨 박사는 “중산층은 맥도널드를 좋아하지만 지식인들과 문화의 수호자들은 미국이 해병대나 특수부대 대신 맥도널드를 이용해서 자신들을 지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2001/10/14/business/14/ARCH.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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