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동시집 펴낸 윤선도 16대손 윤지영양

  • 입력 2001년 10월 16일 18시 52분


‘향(香)은 꽃에 너무나 많답니다. 그렇지만 초(草) 속에는 향기로운 지혜가 들어 있답니다.…’

조선시대 시가문학의 대가인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1587∼1671)의 16대손인 초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 동시집을 냈다. 최근 동시집 ‘天(하늘)아 나를 보거라!’를 펴낸 전남 목포시 부영초등학교 2학년 윤지영양(9). 고산의 15대 종손인 윤성철(尹性喆·37)씨의 2녀 중 장녀다.

58편의 시가 수록된 시집에는 윤양의 눈에 비친 대자연과 사물, 일상생활의 시심(詩心)이 가득 담겨 있다.

윤양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글쓰기와 그림그리기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지난해와 올해 교육청 등에서 주최한 글짓기 대회에서 6개의 상을 휩쓸었다.

출판사측은 처음에는 윤양의 시를 보고 도저히 초등학교 2학년이 쓴 시라고 믿기지 않아 평소 일기장에 시를 써온 윤양의 ‘친필원고’를 직접 확인하고서야 출판을 결정했을 정도이다.

윤양은 시에서 16대 할아버지인 고산과 시간을 뛰어넘는 교감을 나누기도 한다.

‘그것을 보고 싶다. 바로 그 세상! 그 세상은 무엇을 따르고 있느냐? …고산 할아버지의 시를 보니 나는 평범하구나. 어찌하면!” (‘그것’)

시집을 펴낸 도서출판 ‘얼과 알’ 최길주(崔吉柱) 편집부장은 “시어(詩語)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뛰어나고 의성어나 의태어, 반복어구를 사용하는 기법이 고산의 시풍을 연상시킨다”며 “꼬마시인의 시 세계를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 시를 전혀 손질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윤양은 “시를 쓰는 것이 놀이기구를 타는 것 못지않게 재미있다”며 “하지만 장차 커서 우주과학자가 되는 게 꿈”이라고 환하게 웃었다.

<목포〓정승호기자>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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