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꽁치문제]'고위급 협의회' 알맹이없는 대안

  • 입력 2001년 10월 15일 18시 35분


한일 정상이 15일 꽁치분쟁 해결을 위해 ‘고위급 협의회’를 곧 열기로 합의함에 따라 3개월여를 끌어 온 꽁치분쟁은 일단 양국의 추가 협상을 지켜보는 단계로 접어들었다.

해양수산부는 꽁치분쟁과 관련,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 외교당국간에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발언한 것을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해양수산부측은 “일본 총리가 정상회담을 통해 진지한 협의를 약속한 만큼 꽁치분쟁이 어떤 식으로든 타결되지 않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김 대통령〓남쿠릴 열도에서 우리 어선의 조업은 영토 주권문제와 무관한 순수한 상업적 문제이다. 일본과 러시아간 협의에서 우리의 전통적 어업이익이 훼손돼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어민의 생존권 문제와도 직결된 사항으로 잘못 다룰 경우 한일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따라서 한일 양국이 상생의 정신에 입각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바라며 이를 위해 한일간 고위급 협의의 조기 개최를 제안한다.

▽고이즈미 총리〓이 문제는 일본에는 영토주권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로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에 있어서는 절실한 어업문제이므로 금후 서로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해결이 가능하도록 고위 외교당국간에 진지한 협의가 이루어지기 바란다. 내년도 조업을 위해서 지금부터 협의를 시작하면 뭔가 좋은 해결책이 나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양국 정상이 던진 ‘고위급 협의회’라는 카드는 최근까지도 한일 당국자들이 협상테이블을 가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알맹이 없는 ‘대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상황으로는 꽁치분쟁의 타결책은 남쿠릴 어장에서 한국어선이 조업하도록 하든지, 아니면 남쿠릴 어장을 대체할 만한 꽁치어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압축된다.

남쿠릴 어장의 경우 일본이 영유권 문제와 연계시키고 있으므로현재로서는 대체어장 쪽에 무게가 더 실리고 있다. 해양수산부 당국자는 “남쿠릴 어장에 대한 우리의 어업이익권이 그대로 보호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안이지만 사실상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고위급 협의회에서 경제성 있는 대체어장 확보 등이 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원양업체들은 “고이즈미 총리가 한국 국민의 격앙된 반일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고위급 협의회 개최에 합의한 것 같다”고 일본 총리 발언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고이즈미 총리가 일단 고위급 협의회를 여는 데 합의만 해 놓고 고위급 협의회에서 쟁점사항을 ‘질질 끄는’ 방식으로 미룰 가능성이 높다는 것. 한국원양어업협회측은 “일본은 한일 어업협정 합의사항에 따라 내주게 돼 있는 산리쿠(三陸)수역 조업허가장을 아직까지 발급해 주지 않고 있다”며 “이 같은 정황으로 보면 일본 총리의 이번 발언은 형식에 불과하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기자>davi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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