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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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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 사이에는 지금 폭력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조폭 사회를 동경해 폭력 모임을 만들고 말투와 행동을 그대로 흉내내고 있다. 청소년들은 이를 남자답고 멋있다고 생각해 영웅시하는 분위기까지 생겨나고 있다. 조폭 세계를 묘사한 영화 인터넷 뮤직비디오 TV프로그램 등 폭력 영상물이 범람하고, 곳곳에서 조폭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회 분위기가 이를 부추기고 있다.
실제로 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에 청소년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이버 공간에는 여러 개의 조직폭력 사이트가 등장해 선동적인 문구로 청소년을 유혹한다. 이번에 급우를 살해한 학생은 인터넷 등을 통해 영화 ‘친구’를 40회나 보았고 폭력배들이 쓰는 대사를 줄줄 외울 정도였다고 하니 할말을 잃게 된다.
조폭들은 밤거리 유흥가뿐만 아니라 정치판과 경제 현장을 누비면서 정재계 인사들과 ‘형님’ ‘동생’의 음습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드러난 ‘이용호 게이트’는 이 같은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폭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얘기도 많다. 오죽했으면 검찰과 경찰이 ‘조폭과의 전쟁’까지 선언했을까.
이 같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은 폭력을 폭력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세태로 받아들이는 것 같은 모습이다. 이번에 급우를 살해한 학생처럼 폭력을 행사한 가해자들에게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중 하나는 별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한다는 점이다.
학교 폭력은 단순히 학생과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대로 방치할 경우 사회와 가정까지 파괴하는 무서운 범죄다. 대중 매체 종사자는 표현의 자유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작품이 청소년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부터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학교의 명예 손상과 문책이 두려워 쉬쉬하며 감추기만 해온 각급 학교는 사건을 드러내 적극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조폭이 발붙일 수 없도록 사회가 깨끗하고 투명해져야 한다. 정관재계를 비롯한 우리 사회 어른들의 책임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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