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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4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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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국회를 정상화하라는 당연한 요구는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국민의 눈을 두려워하라는 말만을 하고자 한다.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에 야당 의원이 ‘지나친 요구’를 했다고 해서 국회를 며칠씩 공전시키는 낮은 수준의 정치를 보면서 다수 국민은 이제 아예 정치에 눈길조차 돌리지 않는다.
오해를 낳기에 충분한 발언이라면 대통령이라도 다시 한번 상세하게 해명하면 될 일이고, 야당 의원은 야당 의원대로 ‘지나친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 된다. 설령 해명과 사과를 두고 정치적 다툼이 있다고 해도 그 문제는 그 문제대로 풀어나가고 국회는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런 정도는 돼야 ‘민주 정치’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국회 문부터 닫고 본다. 그리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기(氣)싸움’을 벌인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총무가 사실상 사과하고 국회의장이 나서 속기록을 삭제하겠다고 하는데도 사과 문안에 글자 몇 자를 더 넣어야 한다고 고집하고, 한나라당은 내부의 강경-온건 대립으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은 청와대측의 입김으로 자율적인 협상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협상이고 타협이고 제대로 될 리가 만무하다. 국회는 파행을 거듭하고 그 사이에 죽어나는 것은 민생(民生)이다.
이만섭 국회의장은 “국회는 정치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국민을 위한 국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초등학생들처럼 싸우고 있다”고 개탄했다. 국민이 할 소리를 대신 한 셈이다.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하는 국회는 ‘3류 국회’다. 만날 정치개혁을 외쳐본들 이런 국회로는 정치가 개혁될 리도, 발전할 수도 없다.
‘초등학생들처럼 싸우는’ 정치는 더 이상 참고 지켜볼 수 없다. 그 근원이 ‘구시대적 정치 리더십’에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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