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집값 약세로…지역-상품별 차별화

  • 입력 2001년 10월 7일 19시 16분


추석을 지나면서 부동산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 아파트 값은 약세로 돌아서고 전세금도 안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저금리 덕을 톡톡히 보았던 신규 분양 시장에서도 청약 열기가 한 풀 꺾이고 있다.

보통 추석은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전되는 분기점. 특히 올해는 미국 테러 사태까지 겹쳐 시장 여건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바뀐 부동산 시장 현황과 이에 따른 전망을 짚어 본다.

▽기존 주택 약세 반전〓가파르게 치솟던 아파트 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추석 이전부터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하더니 10월 들어 가격이 떨어지는 곳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정보 제공업체인 ‘부동산114’는 지난 한 주 간 서울 양천구 마포구 강동구 등에서 아파트 값이 0.14∼0.17% 떨어졌다고 7일 밝혔다. 부동산 중개 프랜차이즈 업체인 ‘유니에셋 ’조사에서도 올들어 서울에서는 처음으로 강남 송파구 아파트 매매가격이 보름 새 0.38%, 0.15% 하락했다. 부동산114 김희선 이사는 “가격 하락은 가을 이사철이 마감되면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여기에다 아파트 값이 지나치게 많이 올랐다는 인식과 경기 불안 심리가 겹쳤다”고 설명했다.

유니에셋 전인구 이사는 “봄철부터 거래는 뜸한 채 호가 위주로 아파트 값이 올랐다”며 “호가 거품이 걷히고 있는 셈”이라고 풀이했다.전세금도 안정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10월 들어 서울 서초구와 양천구전세금이 각각 0.01%, 0.55% 하락했다. 올 해 서울에서 전세금이 하락하기는 이례적이다.

▽수급 불균형 해소 기대〓올해 집값 상승에는 주택 수급 불균형도 한 몫을 했다. 97년 외환위기 직후 주택 업체들이 공급을 줄였고 그 영향이 올 상반기까지 지속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97년부터 3년간 사업승인을 받고 분양하지 않은 주택이 19만5000여 가구에 이른다. 주로 외환 위기 직후 사업을 미루거나 포기했기 때문. 그러나 98년 말부터 주택 공급이 다시 늘어났고 당시 분양한 주택들이 최근 속속 입주를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 김성식 연구위원은 “신규 분양이 줄어들면 그 영향은 공사 기간인 2년6개월 후부터 나타난다”며 “연말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 전세난도 조금이나마 해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규 분양 시장 ‘안개 속’〓새로 분양하는 아파트의 청약 경쟁률은 여전히 높다. 그러나 청약률에 비해 계약률이 크게 낮은 곳도 적지 않다. 청약률과 계약률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 높은 청약률만 보고 신규 분양시장을 낙관해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 많다.

9월 공급된 동수원 ‘월드메르디앙’은 2063가구의 대단지인데도 2.1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9월24일 청약을 받은 분당신도시 야탑동 ‘현대 아이파크’ 아파트 46평형은 청약경쟁률이 55대1이나 됐고 죽전지구 동시분양아파트도 대부분 높은 인기를 누리며 청약을 마감했다. 이들은 실수요자가 비교적 많은 곳에 공급된 아파트다.

분양 대행 업체의 한 관계자는 “업체가 실제 발표하는 계약률이 실제보다 두배 이상 부풀려진 사례도 적지 않다”며 “일부 인기 지역의 청약률만 보고 덩달아 청약에 나서면 낭패를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둘 필요 없다〓닥터아파트 곽청석이사는 “내년 초까지 집 값은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기존 아파트를 사든 새로 분양을 받든 수요자들이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신규 분양시장의 지역 상품별 차별화가 심해지고 있다”며 “실수요가 아니라면 당분간 관망하는 것도 좋다”고 밝혔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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