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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4일 14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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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을 쥔 이창호 9단은 이 대국에서 바둑사에 길이 남을 묘수를 성공시키며 81수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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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수까지 진행된 <기보1>은 이창호9단의 곤란한 처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흑이 하중앙 왼쪽 6점(37,41,47,49,59,65)을 살리려고 하면, 중앙의 흑 넉점(51,53,55,67)이 축으로 떨어지고, 반대로 중앙의 4점을 살리려고 하면 하중앙 6점이 회돌이 축으로 잡혀야 될 입장이기 때문.
그러나 여기서 이창호9단은 '현대판 진신두(鎭神頭)'를 연상케 하는 흑 71의 묘수를 두며 일거에 판세를 뒤집었다. '진신두'란 당나라 선종 때 바둑 일인자로 불리던 고사언이 왕 앞에서 일본의 왕자를 상대로 어전대국을 갖던 중 선보였다고 하는 고금의 묘수로, 단 한 수로 양 축을 방비하는 수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이창호 9단은 흑 71을 어디에 두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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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기보2>의 오직 한수다. 이창호9단은 흑71 한 수로 양 축을 모두 방어하는데 성공했다. 이 수가 바둑판에 떨어지는 순간 해설을 맡았던 백성호 9단은 "묘수풀이집에서 억지로 만든 경우는 봤지만 실제 대국에서 본 것은 처음인 것 같다"고 감탄했다.
이후 두 대국자는 십여수 더 진행했지만 흑81에 이르러 양쪽 모두 축이 성립되지 않음을 확인한 최명훈 8단이 슬그머니 돌을 거둬들였다. 축이 성립되지 않음은 4~5수 정도 직접 두어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기보3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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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은 이날 승리로 최명훈 8단에게 기분좋은 2연승을 거두며, LG정유배 프로기전 우승에 단 1승만을 남겨놓게 됐다.
또 이창호 9단은 최명훈 8단과의 역대전적에서도 27승7패의 절대우위를 점하게 됐다. 이창호 九단의 완승 여부가 달려 있는 결승3국은 오는 30일 LG정유 판교수련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최용석/동아닷컴 기자 duck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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