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씁쓸한 증시 해프닝…'전쟁테마주·매수결의'

입력 2001-09-26 19:15수정 2009-09-19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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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몰라도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그 때 그런 일도 있었나?”하며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해프닝이 있다. 증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에서 최근의 2가지 사건, 즉 전쟁과 별로 상관없는 종목들로 형성된 ‘전쟁 테마주’ 열풍과 기관투자가의 강요된 애국심만을 확인한 ‘주식매수 결의’가 이런 해프닝이라며 씁쓸해 하고 있다.

▽전쟁 테마주〓70년대 후반 건설주가 눈부신 폭등세를 보일 때 “왜 ‘건설화학’의 주가는 안 뛰느냐”며 항의를 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았다. 건설화학은 건설회사가 아니다. 단지 회사 이름에 ‘건설’이라는 두 글자가 들어있을 뿐인 기업.

최근 기세를 높이고 있는 전쟁 테마주도 이와 비슷한 해프닝이라는 지적이다. 금광 개발이 가시화하지도 않았으며 상반기 순익이 10억원에 그친 영풍산업이 일약 거래소의 스타로 떠올랐다. 금광과 유전개발 두가지 재료를 모두 가지고 있는 현대상사도 실제 전쟁으로 기대되는 수혜는 거의 없다. 이밖에도 유가가 올라도 혜택 받을 일이 없는 기업들이 ‘정유사’라는 이유만으로 주가가 급등했다.

더 심각한 사실은 투자자들도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는 점. “실적이 무슨 상관이냐, 주가만 올라주면 효자지”라는 생각에 투기 분위기가 형성됐고 결국 언젠가는 주가가 급락할 종목을 붙잡고 사고팔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 경우 언젠가 큰 손해를 입는 투자자가 나오기 마련.

최근까지도 이런 이상 열기가 식지 않고 있어 26일에는 영풍산업과 현대상사가 거래소 거래대금 기준으로 각각 2위와 6위를 차지했다.

▽주식매수 결의〓25일 종합주가지수는 미국 증시의 모처럼 큰 폭 상승에 힘입어 전날보다 9.40포인트 높은 491.59로 힘차게 출발했다.

그러나 기관투자가들이 ‘매수결의’ 방침을 ‘매도자제’로 바꾸면서 이날 증시에는 이들이 토해놓은 753억원 어치의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10.06포인트 하락했지만 개장 당시 10포인트 상승 출발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관의 매도공세는 지수 20포인트를 떨어뜨렸다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주식을 ‘며칠동안 팔지말라’고 호소한다고 주가가 영원히 버텨준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며 “강요된 애국심은 절대 시장 논리를 이길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 해프닝”이라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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