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초점]野 경찰청국감서 '3인방 의혹' 집중공세

  • 입력 2001년 9월 26일 18시 40분


26일 국회 행정자치위의 경찰청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배후인물로 여권실세 K의원을 포함한 ‘3인방’을 지목하는 등 공세 수준을 높였다. 야당 의원들이 협박편지와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자 여당 의원들이 이에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감장은 소란이 빚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용삼(李龍三·민주당) 위원장이 야당 의원들의 마이크 전원을 끄는 바람에 여야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조직폭력배의 커넥션 의혹

26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경찰청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이용호(李容湖) 게이트’의 배후인물로 여권 실세 K의원을 포함한 ‘3인방’을 지목하는 등 공세 수준을 높였고, 협박편지와 관련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책임론까지 제기했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이를 무책임하고 막연한 의혹 부풀리기라고 맞섰다. 여야는 K의원의 실명 공개를 둘러싸고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유성근(兪成根·한나라당) 의원〓막강한 여권 실세 K의원의 추천으로 현재 기업인으로 있는 정모씨를 아느냐.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모른다.

▽유 의원〓정씨는 70년대 신민당 각목대회 주역이었고, 조폭대장 김태촌이 정씨의 행동대장이라는데 모르느냐. 폭력조직인 목포파, OB파, 국제PJ파, 범서방파 등의 대부가 여운환이고 그의 대부가 정씨다. 전라도 조폭들 중에서 3인방이 보호하는 깡패만 무사하게 활동하고, 그 외 조폭은 보호되지 않고 있어 이들이 분개하고 있다. 조폭이 권부를 드나들며 수천억원을 뿌리고 있다. 바야흐로 조폭 공갈시대로 들어가고 있다. 이무영 경찰청장은 이용호 사건의 검찰측 관련자로 지목되는 임휘윤(任彙潤) 부산고검장과 일주일에 폭탄주를 두 번씩이나 마시는 절친한 사이로서, 이 청장도 이 사건과 연계됐다는 의혹이 있는데 진실을 밝혀라.

▽이 청장〓부산에 있는 사람과 어떻게 일주일에 두 번이나 만나나.

▽이병석(李秉錫·한나라당) 의원〓정씨와 정권실세 K의원은 대학 선후배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데 경찰청장은 알고 있나. 테러리스트와 테러진압자가 함께 손잡은 ‘적과의 동침’이다. 진상을 조사하라.

▽전갑길(全甲吉·민주당) 의원〓야당은 근거가 있으면 영문 이니셜을 말하지 말고 실명을 떳떳하게 공개하라.

▽송석찬(宋錫贊·민주당) 의원〓야당은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근거없는 의혹을 부풀리지 말고, 정치권 실세가 누군지 분명히 밝혀라.

▽하순봉(河舜鳳·한나라당) 의원〓조폭이 야당 의원에게 협박편지를 보내고 있다. 경찰이 단속을 어떻게 했기에 이 나라가 ‘조폭 천국’이 됐나.

▽원유철(元裕哲·민주당) 의원〓거물급 조직폭력 전과자 여운환씨를 관리대상에 넣지 않은 것은 경찰의 조폭 관리에 구멍이 났다는 증거다.

▽김옥두(金玉斗·민주당) 의원〓사건만 생기면 여권 실세 이니셜로 K, K 등을 거론하는데 답답하고 가슴 아프다. 여권 실세 K라고 지목된 의원도 ‘광주 가면 여운환이 안내한다’고 하는 것을 신문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이래서는 안된다. 만약 이런 사실이 있다면 우리는 국민으로부터 천벌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내년 12월 대선에서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이용호 사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특검제를 하겠다고 했으니 사실대로 밝혀질 것이다. 그러나 시중에는 현정부에 반대하는 자들, 정권교체를 위해 불의를 자행하는 사람들이 술집과 증권가에서 근거도 없이 마치 정보가 있는 양 말하고 다닌다. 야당 의원들은 증거가 있다면 당당하게 기자회견을 하라. 본 의원은 하늘에 맹세코 이용호 사건과 관련없다.

▽목요상(睦堯相·한나라당) 의원〓국민의 정부 들어 왜 이렇게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가. 이용호 사건만 해도 당초 검찰이나 경찰이 파악하지 못했다. 허 총경도 그렇고, 5촌조카가 이용호씨 회사에 취직한 것을 몰랐다고 한 임휘윤 부산고검장도 거짓말했다는 게 드러나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민은 무슨 능력으로 몇백억, 몇천억원씩 끌어 쓰는지 궁금해하지만 밝혀진 게 없다.

▼경찰내 비호세력 논란

▽이원창(李元昌·한나라당) 의원〓허남석(許南錫·총경) 서울경찰청 정보1과장이 증권 사이트의 이용호씨 비방 글에 대해 수사하라고 압력을 넣는 등 경찰의 조직적인 비호 은폐 의혹이 있다. 여운환씨와 여씨의 폭력조직 ‘국제 PJ파’에 대해 어떤 보고를 받았나.

▽권태망(權泰望·한나라당) 의원〓허 총경 외에 경찰 간부 2, 3명이 조직적으로 이용호 사건에 개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이 누구인지 밝혀라. 검찰에는 어떻게 보고했나.

▽박종희(朴鍾熙·한나라당) 의원〓허 총경은 실무자에 불과할 뿐이고 그 배후에 경찰 고위 간부가 있다는 의혹이 있다.

▽원유철(元裕哲·민주당) 의원〓문제는 허 총경이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는지와 향응 및 금품 수수 여부이다.

▽하순봉(河舜鳳·한나라당) 의원〓19일 서울경찰청 국감에서 허 총경은 ‘여운환을 만난 적도 없다’고 했다. 이틀 만에 드러날 거짓말을 국정감사장에서 버젓이 한 것이다. 검찰에 파견된 경찰관이 이용호 사건과 관련해 5000만원을 받았다가 발각됐는데 이는 빙산의 일각이다. 요즘 여운환 때문에 잠 못 이루는 경찰 간부가 많을 것이다.

▽이병석(李秉錫·한나라당) 의원〓이 사건과 관련해 경찰의 총체적 부정이 드러났다. 경찰청장이 책임져야 한다.

▽김옥두(金玉斗·민주당) 의원〓근거 없는 말이 국감장에서 나오고 있는데 경찰청장은 전 경찰의 명예를 걸고 답변하라.

▼경찰 인사평중도 한 원인?

▽정문화(鄭文和·한나라당) 의원〓허 총경은 이용호의 고교 선배이다. 경찰 정보 분야의 호남 편중 인사의 폐해를 보여 주는 것이다.

▽하순봉 의원〓경찰이 그동안 호남 편중 인사를 하고, 본청 특히 정보국 내에도 호남 출신 간부들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 중 상당수와 이 사건의 관계에 대해 내사를 했나.

▽이병석 의원〓이번 사건은 권력의 사유화가 이뤄졌을 때 얼마나 불행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보여준다.

▽김옥두 의원〓마치 호남인 때문에 나라가 흔들리는 것처럼 난리다. 답답하다. 경찰인사는 원칙에 따라 해야 하나 과거 인사는 어떠했나. 지금까지 경찰총수 54명 중 호남출신이 몇 명인가.

▽이무영(李茂永) 경찰청장〓두 분만 호남 출신이고 스물여덟 분이 영남 출신이다.

▽김옥두 의원〓이것이 바로 편중인사다. 과거 정권과 단순 비교해 인위적으로 마치 호남 편중 인사인 것처럼 하는 것은 잘못이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