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10월의 서울 '춤바람'예보…7일부터 '세계무용축제'

  • 입력 2001년 9월 25일 18시 38분


가을과 춤이 만난다.

제4회 ‘세계무용축제’(SIDance·Seoul International Dance)가 10월7일부터 한 달여 동안 서울을 춤의 도시로 만든다. 해외 12개국 9개 단체와 국내 26개 단체가 참가해 각 국 전통 무용에서 현대 무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사위를 펼친다.

▽누가 오나〓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20세기 최고 안무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스위스의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74). 어떤 면에서 이번 축제는 베자르의 이름만으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셈.

그는 현대 발레의 ‘이단아’이자 ‘혁명아’란 명성을 얻은 인물이다. 1954년 ‘에트왈 발레단’을 창단해 활동을 시작한 뒤 ‘우리들의 파우스트’ ‘가부키’ ‘볼레로’ ‘호두까기인형’ 등을 통해 인체의 에로티시즘을 강조한 안무와 천재적인 감각으로 발레의 개념을 바꿔놓았다.특히 ‘볼레로’는 TV 시리즈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에 등장한 춤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세종대 장선희 교수는 “베자르의 작품에서는 춤과 문학, 춤과 철학이 만난다”면서 “록부터 난해하기로 유명한 구스타프 말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과정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삶을 위한 발레(Ballet for Life)’는 전설적인 록그룹 ‘퀸’의 프레디 머큐리,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등 요절한 스타들을 추모하는 작품. 엘튼 존과 ‘퀸’이 뿜어내는 록 음악에 모차르트의 선율이 흐르는 기묘한 ‘충격’을 경험할 수 있다.

한편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현대 무용가이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 전환한 트랜스젠더인 조선족 무용가 진싱(金星·34)의 무대도 기대된다. 그의 작품 ‘상하이 탱고’는 중국 문화부상을 받은 ‘적과 흑’, 미국 댄스페스티벌(ADF) 최우수 안무상을 수상한 ‘반쪽짜리 꿈’ 등 8편을 연작으로 묶은 것이다. 트랜스젠더로 화제를 모으면서 국내 영화와 TV 출연으로도 낯이 익은 진싱의 무용가로서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진싱은 현재 촬영 중인 장선우 감독의 영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도 출연한다.

▽전통에서 첨단까지〓프랑스 네덜란드 이스라엘 인도 등 다른 팀들의 기량도 쟁쟁하다.

이스라엘 ‘인발 핀토 무용단’의 ‘오이스터’는 뛰어난 시각적 효과에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다. 무용수의 움직임이 인형극을 떠올리게 하면서 동시에 팀 버튼의 영화 같은 어둡고 시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네덜란드의 ‘인트로단스 청소년 앙상블’은 유럽의 유명한 아동 청소년 전문 무용단. ‘토이 스토리’ ‘잡동사니’ ‘사운드 오브 뮤직’ 등 7개의 소품 시리즈를 공연한다.

현대 무용가 김희진이 수석 무용수로 활동 중인 ‘장 클로드 갈로타 무용단’은 ‘마르코 폴로의 눈물’을 무대에 올린다. 타악기 연주를 배경으로 모험가 마르코 폴로의 생애를 담았다. 인도 ‘바라타 나티얌’, 미국 ‘푸푸아 디모빌리테’의 공연도 이어진다.

▽국내 공연〓김금화의 ‘대동굿 코리아’가 이번 행사의 문을 연다. 그는 예술의 전당 돌의 광장에서 개막 축하 열림굿을 펼친다.

‘우리춤 빛깔 찾기’는 중견 무용가 안애순 권금향 박경숙의 무대이고, ‘다시 보는 신무용’에서는 김혜림 김정학 한명옥 원필녀 등 12인의 무용가들이 무대에 선다. 무용가 안은미가 단장을 맡은 ‘대구시립무용단’은 창작 무용 ‘대구별곡’을 공연한다. 이밖에 35세 미만의 젊은 안무들이 꾸미는 ‘젊은 무용가의 밤’, ‘댄스 컴퍼니 조박’의 ‘텍스트가 있는 춤’도 마련된다.

부대행사로 ‘모리스 베자르와의 대담’과 ‘인발 핀토 무용단 안무 워크숍’, ‘모리스 베자르 발레단 발레 클래스’가 있다. 11월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호암아트홀, 세종문화회관, 국립국악원 등. 1만2000∼10만원. 02-7665-21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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