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추석과 불법 선거운동

  • 입력 2001년 9월 23일 18시 54분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이번 추석을 맞아 선거법 위반행위를 집중 단속할 것이라고 발표해 얼마나 큰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 이번 추석은 특히 10월 25일 실시되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를 눈앞에 둔 데다 내년 지방선거를 몇 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선거법 위반행위가 크게 늘어날 여지가 많다. 선관위의 통계에 따르면 10·25 재·보선의 경우 이미 7건, 내년 지방선거의 경우 1488건의 선거법 위반사례가 적발됐다.

선관위는 추석 인사를 명목으로 한 선거법 위반사례를 일일이 적시하며 공명선거 자원봉사자, 종교 시민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신고체제를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각 정당의 중앙당이나 지방자치단체에도 이번 특별단속과 관련된 공문을 발송하는 등 선거법 위반행위를 단호히 적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번 10·25 재·보선이나 내년 상반기 실시될 지방선거는 시기적으로 정권 말기의 선거이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이들 선거를 내년 12월 대통령선거의 전초전으로 보고 총력을 다할 움직임이다. 그 시작이 이번 추석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들린다. 과거의 예를 보아도 선거를 눈앞에 둔 명절은 자선이나 위문을 빙자한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으로 항상 불법 선거운동의 온상이 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아무리 철저한 단속을 하더라도 각종 선거에 입후보하려는 사람들의 공명선거에 대한 의지가 결여되어 있다면 큰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당선이 되지 않더라도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입후보자들의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유권자들도 금품이나 음식물 제공 등 불법 선거운동 행위를 과감히 거부하고 이를 신고하는 민주시민의 덕성을 발휘해야 한다.

항상 논란이 되고 있는 선거법 위반사례의 기준이나 범위 등도 이제는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선관위는 추석 인사를 명목으로 의례적 직무상의 범위를 벗어난 선물이나 사은품 등 금품과 음식물 제공 행위를 중점 감시하고 단속하겠다고 밝혔으나 어떤 행위가 의례적 직무상의 범위인지 구분이 분명하지 않다. 보기에 따라 위법과 적법으로 판단을 달리할 수 있는 규정들이 있다면 효과적인 단속을 하기 어려울 것이다.

정치개혁의 핵심은 선거다. 여야는 줄곧 정치개혁을 강조해 왔지만 아무런 실적이 없다. 정치권은 이번 선관위의 선거법 위반행위 단속에 적극 호응해 정치개혁의 계기를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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