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용석/검찰 수사 이번엔 제대로

입력 2001-09-18 18:37수정 2009-09-19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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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를 중심에 두고 여권 실세와 검찰이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형 의혹사건으로 정치권과 여론이 술렁대고 있다.

▼'이용호 의혹' 갈수록 커져▼

당초 이 사건은 검찰이 1000억원대의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주가 조작 및 횡령을 자행해 수많은 투자자를 울린 신화적인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이씨를 구속한 단순 형사사건이었다. 그러나 증시의 머니게임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권력층에 새로운 머니게임을 벌였다는 증권가의 루머 및 야당의 배후 세력에 대한 의혹 제기로 수사의 공과는 잊혀진 채 오히려 수사 주체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이 돼 버렸다.

특히 이번 의혹사건에는 여권 실세와 검찰, 국세청, 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조직폭력 및 벤처기업 등이 모두 등장해 현 정권 들어 여러 차례 제기됐던 각종 의혹사건들의 결정판처럼 비쳐지고 있다. 마치 기업 추리소설처럼 보이기에 충분해 원래 남의 말 하기를 좋아하는 우리 풍토에서 종래의 정현준(鄭炫埈) 진승현(陳承鉉) 게이트를 능가하는 메가톤급 사건으로 증폭되고 있다. 여당인 민주당 의원들마저 이해할 수 없다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여야의 극단적 대립으로 인한 정치권의 구태의연한 폭로 공세와 언론의 과잉 보도가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처럼 당사자들로서는 마치 고사성어 삼인성호(三人成虎)가 떠오를 정도로 억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닐 수도 있다. 게다가 정말로 검찰 고위 간부와 친척이 연루됐다면 이씨를 구속까지 했겠느냐는 주장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또한 엄격한 증거에 의한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검찰 입장에서는 구체적인 자료도 없는 소문만 가지고 수사에 착수할 수도 없다고 항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역대 정권에서 비일비재했던 권력기관이나 거물 정치인들이 관련된 사건에 대한 축소 및 은폐 면피 수사로 숱한 상처를 입은 검찰로서는 법무부장관의 엄정 수사 지시와 대검의 진상 규명을 위한 자체 감찰 착수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만큼 진상 규명에 최대한 철저를 기해야 한다. 검찰의 자체 조사로도 의혹이 해소되지 않아 특별검사까지 동원돼 검찰이 치명상을 입은 옷로비사건이나 파업유도사건의 전철을 밟게 된다면 검찰의 신뢰는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다. 한 점의 의혹도 남기지 않는 철저한 진상 규명만이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해소하고 의혹의 대상이 돼 있는 당사자들의 명예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는 점을 검찰은 분명히 인식해야 된다.

이 사건의 수사 핵심은 지난해 5월 이씨와 계열사 사장들을 긴급체포하고 관련 서류까지 압수했던 서울지검 특수부가 하루만에 이씨를 전격 석방하고 무혐의 처분한 과정에서의 외압 여부와 조직폭력배 출신 사업가가 이씨로부터 로비자금으로 받았다는 수십억원의 사용처, 즉 이씨측의 전방위 로비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다. 물론 성역 없는 수사와 혐의가 밝혀지는 사람에 대해서는 지위고하를 막론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주문이다.

그리고 정치권도 더 이상 관련자들을 익명으로 처리하면서 의혹을 부풀리지 말고 당당하게 실명을 밝히고 구체적인 근거 자료를 제시해서 검찰 수사를 지원해야 한다. 만약 잘못된 근거에 의한 폭로라면 응분의 책임도 져야 할 일이다.

▼근거없는 폭로 책임 물어야▼

이번 사건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공직자들은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평소 공직자들의 처신이 얼마나 신중해야 되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관리도 철저해야 하는지를 이번 사건은 교훈으로 보여주고 있다. 검찰과 금융감독기관 간부들의 친척이 이씨의 계열사에 근무하거나 선이 닿아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의혹의 눈길을 피하기 어렵게 된 것은 바로 이를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사과나무 아래에서 낮잠을 자던 토끼가 나무에서 떨어진 사과에 머리를 맞고 놀란 나머지 지진이 일어났다며 뛰어 나가자, 이를 그대로 믿고 함께 뛰어 나가는 다른 짐승들의 부화뇌동 이야기를 다룬 우화 속의 나라가 돼서는 안된다. 이젠 정말 차가운 머리를 가진 나라와 국민이 돼야 할 것이다.

최용석(변호사·오세오닷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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