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변기 앞 문구의 '교훈'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50분


5년간의 해외파견근무에서 복귀한 회사원 K씨(35). 그동안 가장 많이 달라진 게 뭐냐고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단연 ‘서울의 화장실’을 꼽는다.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서울시내 공중화장실의 청결도. 화장실의 청결한 사용을 위해 남자 화장실 변기 앞에 붙어있는 다양한 ‘구호’들은 그에게 특히 ‘인상적’이며 ‘교훈적’이었다.

그는 눈 여겨 본 문구들을 적어뒀다가 친구들에게 e메일을 보내 자신이 느낀 ‘감동’을 생생하게 전했다.

“앗 보인다. 나를 소중하게 해주세요. 그러면 내가 본 것을 비밀로 해드릴게요.”(지하철 H역 화장실 변기)

“나도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오면 ‘다음사람’이 됩니다.”(강남구의 한 공중화장실)

그 가운데 특히 ‘교훈적’이었던 한 공중화장실의 문구.

“나는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것이 변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변기는 내가 다시 가까이 가면 좍 물을 틀어 제 몸을 씻어 내린다.”

마지막으로는 ‘엽기적’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남자용 변기 앞 문구.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닙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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