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팔레스타인 주민 "화요일의 축제" 환호

  • 입력 2001년 9월 12일 18시 32분


미국에서 사상 초유의 동시다발테러가 발생한 뒤 중동지역의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이 아랍의 테러리스트 오사마 빈 라덴을 사실상 범행의 배후로 지목, 보복할 가능성이 있는 데다 미국과 적대관계를 유지해온 많은 아랍국에서는 이번 참사가 미국의 범죄행위에 대한 응징이라며 환호가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긴박한 이스라엘〓이스라엘 정부는 11일 이스라엘 주재 미 공관의 모든 외교관들에게 즉각 업무를 중단하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도록 긴급 지시했다.

이스라엘은 이와 함께 이집트와 요르단 등 이스라엘로 통하는 모든 국경을 폐쇄하고 외국 항공기에 대해서는 24시간 영공통과 금지조치를 내렸다. 또 12일 하루를 ‘애도의 날’로 지정해 공공건물에 조기를 내걸었다.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긴급 각료회의를 소집해 “이번 사건은 이슬람 원리주의자의 소행”이라며 “이를 계기로 피에 굶주린 테러집단에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호하는 중동지역〓대부분의 팔레스타인인들은 미국에 대한 테러를 ‘화요일의 축제’라며 크게 반겼다. 요르단강 서안 나블루스에서는 11일 팔레스타인인 4000명이 쏟아져 나와 팔레스타인 깃발을 앞세우고 거리를 행진했다. 일부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에서도 주민들이 기쁨에 겨워 춤을 추며 미국에 대한 공격을 환영했다.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에 의해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이라크는 정부성명에서 “이번 사건은 그동안 각종 범죄를 저질러온 미국에 대한 응징”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성명은 “동시다발적인 테러는 불법적으로 세계를 장악해온 미 슈퍼파워와 정치인들에 대한 보복”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우리는 엄청난 범죄행위 앞에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며 테러행위를 비난했다.

그동안 미국에 적대적이었던 시리아도 성명을 통해 무고한 미국 시민을 대상으로 한 무자비한 테러공격을 비난했으며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는 “미국에 인도적인 지원을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제안했다.

▽격화되는 유혈사태〓9일 이후 평화를 유지했던 중동지역은 이스라엘군이 미 테러사건 직후 탱크 20대와 불도저를 앞세우고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관할지역인 예닌을 전격 침공, 팔레스타인 세력과 치열한 교전을 벌이면서 경찰서가 파괴되고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에 인근 라말라에서는 팔레스타인 극단주의자들이 이스라엘 어린이를 태운 통학버스에 총격을 가해 인솔 교사와 운전사를 포함해 최소한 4명이 부상했다.

<백경학기자>stern10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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