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윌리엄스]박희정 신들린 버디 행진 극적 우승

  • 입력 2001년 9월 10일 18시 35분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박희정이 최대위기를 맞았던 10번홀(파4) 벙커에서 탈출하고 있다.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박희정이 최대위기를 맞았던 10번홀(파4) 벙커에서 탈출하고 있다.
“우승만 한다면 통역없이 멋들어진 인터뷰를 할 수 있는데….”

‘코알라’ 박희정(21·채널V코리아)이 드디어 유창한 ‘호주영어’ 실력을 발휘했다.

그토록 갈망하던 미국 LPGA투어 첫 우승을 거둔 10일 오클라호마주 털사GC(파70·6233야드)에서 열린 윌리엄스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 최종 3라운드.

단독선두 도나 앤드루스(미국)에 5타 뒤진 채 출발했기 때문에 그의 우승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의 신들린 듯한 아이언샷은 거의 홀마다 버디거리에 안착했고 8개의 무더기 버디를 잡아 이날 이븐파(70타)에 그친 앤드루스를 1타 차로 제치고 극적인 역전승으로 미국투어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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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옥희와 박세리 펄신 김미현 박지은에 이어 한국 여자프로골퍼로서는 여섯번째로 미국LPGA 정상에 오른 박희정은 99년 19세의 나이로 미국LPGA 퀄리파잉스쿨에 합격했을 때만 해도 데뷔 첫해 1승 이상을 낙관했었다.

중1때 호주로 골프유학을 떠난 ‘해외파’인 박희정은 호주주니어챔피언십 3연패(96∼98년) 호주아마추어챔피언십 우승(97년) 등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한국에서 프로에 데뷔한 98년 스포츠서울 레이디스오픈에서 우승하고 99년에는 인도네시아레이디스오픈을 제패하며 더 큰 무대인 미국행을 택했다.

하지만 변변한 스폰서도 없이 치른 첫 시즌 그의 상금랭킹은 134위. 엄청난 투어경비를 자비로 충당하다보니 ‘빨리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고 신경성 위장병까지 얻었다. 특히 전 재산을 자신에게 투자한 부모님에 대한 심적 부담은 엄청났다.

하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했던가. 천신만고 끝에 스폰서가 생긴 올 시즌 들어 비로소 안정을 되찾은 그는 지난달 캐나디언여자오픈에서 첫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 캐리 웹(호주)등 강호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대회에서 그는 상금 15만달러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바로 그 것.

키 1m65, 70㎏에 육박하는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나오는 드라이버샷과 아이언샷은 미국LPGA투어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수준급. 특히 호주에서 마음껏 라운딩하며 가다듬은 쇼트게임은 세계정상급이라는 평가다.

<안영식기자>ysa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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