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서정원-최용수 "기회는 왔다"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1분


‘날쌘돌이’ 서정원(31·수원 삼성)과 ‘독수리’ 최용수(28·제프유나이티드 이치하라).

둘은 90년대 중반 한국축구의 대스타였다. 서정원의 날카로운 측면 돌파, 최용수의 가공할 득점력….

그러나 98프랑스월드컵이 끝난 후 나란히 ‘수명이 다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이들을 보는 축구팬의 눈엔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프랑스 무대 적응에 실패하고 국내로 복귀한 서정원은 치명적인 왼쪽 무릎 십자인대 부상에 몸을 떨어야 했다. 최용수는 잉글랜드 프로무대 진출이 무산된 후 한동안 방황을 거듭했다.

대표팀에서도 이들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허정무 전 대표팀 감독 시절엔 올림픽을 겨냥한 ‘신세대 대세론’에 밀렸고 거스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쥔 이후에도 좀처럼 새 전술에 호흡을 맞추지 못하고 뒤로 밀렸다.

서정원은 올 초 히딩크 사단에 잠시 합류했다 별다른 활약을 못 보인 채 탈락했고 최용수 역시 홍콩 칼스버그컵과 컨페더레이션스컵 때 잇따라 기회를 잡았으나 유난히 부진했다.

“이대로 끝나는구나.” 둘은 화려했던 세월을 막 접으려던 참이었다.

그러나 기회는 뜻밖에 다시 찾아왔다. 13, 16일 아프리카의 강호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둘 다 대표팀의 부름을 받은 것. 무엇보다 최근 한일 프로무대에서 선보인 눈부신 활약이 밑거름이 됐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서정원은 최근 포스코 K리그 8골로 득점 공동 2위에 오르며 ‘토종의 매운맛’을 떨치고 있다. 지난달 11일의 아시안슈퍼컵 결승 2차전에서 동점, 역전 결승골을 잇따라 터뜨리며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지난해 K리그 득점왕 등극 후 일본으로 건너간 최용수 역시 최근 매 경기 2골씩을 사냥하며 14골로 J리그 득점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조국에서 열리는 2002월드컵축구 본선 출전’. 아직 꿈을 접기엔 생생한 이들이 이번 기회를 통해 한국축구의 새 희망으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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