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계 첫 '극미세 나노선' 국내 개발

  • 입력 2001년 9월 7일 18시 31분


지름이 머리카락 굵기의 25만분의 1에 불과한, 세계에서 가장 가느다란 ‘나노선(線)’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포항공대 김광수교수(화학과)와 박사과정의 홍병희씨는 단면이 은 원자 2개로 이뤄진 0.4나노미터(㎚·10억분의 1m) 굵기의 나노선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고 7일 발표했다. 이 나노선은 지난해 미국에서 개발된 세계 최고 수준의 나노선보다 집적도(나노선 사이의 간격)가 200배 이상 높은데다 세계에서 처음으로 1나노미터보다 더 작은 크기로 만들어져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및 미세전자소자 개발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연구는 세계 최고의 과학학술지인 ‘사이언스’ 10월12일자에 표지논문으로 실릴 예정이며, 이 잡지가 이날 이례적으로 인터넷으로 속보를 띄우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가치를 높이 인정받았다.

연구팀은 구리선을 싸고 있는 고무 피복처럼 먼저 유기 나노튜브를 합성한 뒤 그 안에서 질산은 용액을 환원시켜 은 원자로 된 안정적인 나노선을 합성하는데 성공했다. 유기 나노튜브가 고무처럼 절연체 구실을 하기 때문에 이번에 개발된 나노선은 전기를 흘려보내는 나노 도선이나 나노 회로에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김 교수팀이 개발한 나노선은 지금까지 개발된 나노선보다 매우 안정적인데다 얼마든지 길게 만들 수 있어 실용성이 뛰어나다. 또 이 나노선은 물질이 원자 상태로 존재할 때 나타나는 양자역학적인 성질을 갖고 있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기능을 갖는 나노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교수는 “이번에 개발된 나노선은 지금보다 수백만배 성능이 뛰어난 반도체로서 나노 소자는 물론 그동안 꿈으로만 여겨졌던 양자컴퓨터 개발에도 이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전하의 분리현상 등 물리학의 의문을 해결하는데도 이용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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