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이민 가는 나라

  • 입력 2001년 9월 3일 18시 23분


인류 역사는 이주의 역사이다.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인류의 조상들은 먼 길을 이동해 유럽과 아시아에 정착했다. 우리가 오늘 여기에 사는 것은 조상들이 다른 곳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왔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은 새로운 기술 사고 문화를 갖고 들어와 토착 사회의 발전과 변화를 촉진한다. 미국은 꾸준히 이민자들을 받아들여 국부를 증진했다. 세계 최고의 두뇌들이 미국에 남아 경제와 과학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고 남미와 아시아에서 온 이민자들은 사회의 바닥에서 값싼 노동력을 제공한다.

▷미국의 이민 규제가 심해지면서 이민자들이 차선으로 선택하는 나라가 캐나다이다. 이 나라 경제를 꾸려가는 두 축은 원목 우라늄 철광석 원유 등 원자재 수출과 150여개 국가에서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돈이다. 한반도의 45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에 인구가 3000만명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는 실직 가장이나 무직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캐나다 이민 절대 오지 마라’라는 책을 쓴 구필회씨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보면 눈물 없이는 읽을 수 없는 글들이 많다. 외국 자격증을 인정하지 않는 캐나다에서 고학력자들이 버젓한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렵다. 한 이민자는 1년반 가량 놀다가 요즘 머리에 광원처럼 라이트를 달고 농장에서 종일 지렁이 다섯 깡통을 잡아 주급 380달러를 받는다. 한국 농촌에서 모를 심더라도 더 좋은 작업 환경에서 더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자탄이 이어진다.

▷비행기로 떠나는 이민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두당 수천달러씩 받는 밀입국선은 국제 범죄조직의 비즈니스가 되었다. 중국 아프가니스탄 터키 이라크 이란 튀니지 파키스탄 사람들이 주 고객이다. 독재정치 또는 근본주의 이슬람교정권 밑에서 신음하거나 인구밀도가 높고 가난한 나라들이다. 한국은 그들 나라보다 정치적 경제적으로 훨씬 나은데 이민 박람회장에 인파가 몰려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세계 이민자들이 선호하는 나라들의 면면을 보면 역으로 해답이 나올지 모른다. 미국이 선두를 달리고 독일 영국이 뒤를 잇는다. 작은 나라 중에서는 스위스 룩셈부르크의 인기가 높다.

<황호택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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