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당정 쇄신, 더 미룰 일 아니다

  • 입력 2001년 8월 28일 18시 40분


정부 여당의 당정쇄신 필요성은 어제 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길게는 지난해 말 이후, 짧게는 올 봄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항명’이래 계속되어온 현안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놓고 여권내 진통이 계속되고 있다고 하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중권(金重權) 민주당 대표의 ‘일시 당무 거부’는 집권 여당 대표와 동교동계 중심의 청와대 비서진간의 갈등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 해프닝’이다. 이번 해프닝의 이면에는 김 대표가 서울 구로을 재선거에 출마하려고 하는데 청와대의 특정 인사가 이를 막으려 했다느니, 청와대측이 그동안 김 대표를 끊임없이 흔들어왔다는 등의 집권세력내 파워게임의 성격이 내재되어 있다.

우리가 주목하고 우려하는 것은 ‘파워 게임’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이 국정 전반에 끼칠 해악이다. 그렇지 않아도 이 정부는 첨예한 사회 갈등을 추스르고 남은 임기를 마무리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한 때에 권력의 두 축이라 할 청와대와 집권당측이 불신하고 반목해서야 국정이 제대로 돌아갈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은 더 이상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당과 청와대의 과감한 개편으로 늦어진 국정 쇄신의 일대 계기로 삼는 결단이 필요하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또다시 타이밍을 놓치거나 레임덕을 걱정해 ‘내 사람’ 위주의 소극적 개편에 머문다면 쇄신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인사개편의 시기 및 폭보다 중요한 것은 당에 실질적인 자율성을 보장하느냐는 것이다. 민주당의 전신인 국민회의 이래 집권 여당의 불만은 당이 사실상 청와대에 종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민주당 소장파 의원들의 ‘항명’도 당이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비선라인’에 좌지우지되는 것에 대한 반발이었다. ‘실세’라던 김 대표조차 ‘당무 거부’로 항의한 것은 민주당이 여전히 청와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을 입증한 게 아닌가.

자율성 없는 집권 여당이 올바른 정당정치를 주도할 수는 없다. 정치는 없고 정쟁(政爭)만 있는 오늘의 정치 현실도 그와 무관치는 않을 것이다. 정치 개혁은 정당을 바로 세우는 데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김 대통령의 당정 개편은 이런 큰 틀의 인식 전환을 바탕에 두어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국민은 대통령의 국정쇄신 약속을 기다리는 데 이미 지쳤다.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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