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먹음직한 은행주 "벌레 조심"

  • 입력 2001년 8월 23일 18시 40분


‘상승 여력은 남은 것 같은데 위험도 여전하고….’

은행주가 투자자들을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호재와 악재가 너무 극명하기 때문에 주가도 어떤 한 방향을 예상하기 어려울 만큼 들쭉날쭉한 상황이다.

초저금리 기조에 힘입어 7월말부터 약진을 거듭한 은행주는 8월16일 업종지수 연중최고(140.67)를 기록하며 기세를 올렸다. 그러나 하이닉스반도체 추가지원과 인천정유 1차 부도 등 대형기업 부실문제가 대두되면서 17일부터 거래일 기준으로 5일 연속 하락세로 돌아섰다.

은행주에 관련한 호재는 계속되는 초저금리다. 은행주는 저금리로 인한 유동성 장세의 가장 큰 수혜가 예상되는 종목이며, 또 예대마진의 증가로 수익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상반기 은행주의 순익규모는 전년 동기대비 400% 이상 급증했으며 8대 시중은행의 올해 예상순이익이 3조원에 이른다. 외형만 보면 은행주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또 인천정유의 유동성 문제가 재발하더라도 일부 은행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때문에 은행주의 주가가 떨어진다면 오히려 그때를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호재 못지 않게 ‘근본적인 악재’도 여전하다. 즉 제조업 분야의 상장기업 부채비율과 이자보상배율 등 기업 부실과 관련한 지표들이 좋아지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

서울증권의 분석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 부채비율은 156.2%로 전년 동기대비 0.7%포인트 증가했다. 91년 이후 은행업종지수와 상장기업의 부채비율이 분명한 반비례 관계를 보여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업의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지적.

또 영업이익으로는 이자 비용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인 기업도 올해 6월 현재 176개로 지난해 6월 159개에 비해 17개 증가했다. 한마디로 은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부실기업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

서울증권 여인택 애널리스트는 “부실기업의 채무불이행 위험에 대해 국내 은행이 아직도 자유롭지 못한 상태임을 감안한다면 은행주에 대해 지나친 낙관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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