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병살수비 '묵인된 오심' 끝내자

  • 입력 2001년 8월 9일 19시 23분


프로야구처럼 심판 판정이 승부에 직결되는 종목도 드물다. 4인 1조의 프로야구 심판은 3시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스트라이크 볼 판정부터 몰수게임 선언까지 최소 400회 이상의 크고 작은 판결을 내려야 한다. ‘한 경기에서 5번 이내의 오심만 하면 최고의 심판’이라는 말이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이 오심이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든가, 나아가 관례적으로 행해져오던 것이라면 문제는 다르다.

8일 기아와 SK의 광주경기가 대표적인 경우. 8회말 6-8로 뒤진 기아의 무사 1, 2루의 찬스. 기아 이동수가 친 유격수앞 땅볼은 누가 봐도 병살타성 타구였지만 2루심 이창원씨는 SK 2루수 최태원이 브리또가 던진 공을 받기도 전에 2루 베이스를 떠났다고 판정, 1루 대주자인 심제훈이 2루에서 세이프됐다고 선언했다.

이에 SK에선 점잖기로 소문난 강병철감독이 직접 나와 격렬하게 어필했고 선수들을 모두 더그아웃으로 불러들이는 사태로 이어졌다.

뭐가 문제였을까. 강감독이 흥분한 것은 2루심의 오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바로 8회초 상황 때문. SK는 8회초에 1점을 보탠 뒤 계속된 1사 1, 3루에서 에레라의 투수앞 땅볼 때 박진철이 던진 공을 2루에 있던 유격수 홍세완이 못해도 한 걸음 반은 뛰어나온 상태에서 잡아 1루로 던졌지만 더블아웃이 선언된데 대한 피해 의식이 발동한 것이었다.

결론적으로 이날 소동의 근본 원인은 병살타구의 처리 때 최소한 국내 프로야구에선 2루수나 유격수가 2루 베이스를 제대로 커버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을 잡아 1루에 던지는 것이 그동안 관행처럼 돼 있었고 공정하기로 소문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들조차 이를 암묵적으로 허용해 온 데서 비롯된 것.

그림같은 병살 수비도 좋지만 프로야구가 모처럼 되찾은 팬들의 사랑을 또다시 잃지 않으려면 선수도 심판도 하루빨리 생각을 바꿔야 할 것이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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