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진단]야생동물 이동통로 '20억 헛돈'…불야성 휴게소에 무용지물

  • 입력 2001년 8월 9일 19시 00분


육교형 야생동물 이동통로(왼쪽)바로옆에 휴게소가 위치
육교형 야생동물 이동통로
(왼쪽)바로옆에 휴게소가 위치
환경부가 20억원을 들여 만든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녹색연합은 9일 강원 홍천군 구룡령 정상에 만들어진 야생동물 이동통로가 인근에 위치한 휴게소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조명 때문에 야생동물에게 외면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구룡령은 설악산과 오대산을 잇는 고개로 94년 국도 개통으로 능선이 단절되자 환경부는 야생동물 이동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98년부터 국도 위를 지나는 너비 30m 길이 22.4m의 육교형 생태통로를 지난해 12월 만들었다.

녹색연합은 “구룡령 주변에 행락객 차량이 폭주하고 있으며 휴게소 외부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온종일 노래가 울려나온다”라며 “네온사인과 안내등이 24시간 번쩍거려 야행성 동물들은 접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문제의 휴게소는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산림전시홍보관 시설로 98년 개장됐다.

녹색연합은 “야생동물 이동통로 추진 당시에도 주민과 환경단체가 휴게소와 가깝다는 문제점을 지적했으나 환경부는 이를 무시해 결국 국고를 낭비했다”고 주장했다.

또 녹색연합은 현재 추진중인 강원 인제군 한계령과 전북 장수군 육십령의 야생동물 통로도 도로 및 주변 시설물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토끼 등 야생동물이 통로를 이용한 흔적이 CCTV에 나타나는 등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환경단체를 포함한 전문가들이 수차례 현장을 방문해 최적지를 선정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환경부는 “사업추진 당시 산림청 산림전시홍보관과 야간 영업 제한에 합의했고 건물에 불빛을 막는 차광막을 설치했다”며 “행락철을 맞아 민간 사업자들이 과도한 영업을 하는 경우가 없도록 적극 지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준석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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