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경제]영국-독일 경기 급속둔화 조짐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54분


유럽연합(EU) 경제권의 성장을 이끌어온 영국과 독일의 경기가 심각한 둔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도 경기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제조업 생산이 올 1·4분기(1∼3월) 0.7% 하락한 데 이어 2·4분기(4∼6월)에도 2.0% 하락했다고 영국 통계청이 6일 발표했다.


보통 제조업 생산이 2분기 연속 떨어지면 경제침체로 해석되며 따라서 영국의 제조업은 공식적으로 침체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침체는 세계경제의 둔화와 파운드화의 강세 때문으로 분석됐다.

영국 경제전문 파이낸셜 타임스는 “영국 통계청은 2·4분기 추세를 연간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약 5%가 하락한 셈이라고 밝히고 있다”면서 “이는 91년 이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라고 전했다.

영국의 제조업 비중은 경제 전체의 20%이며 제조업 고용인구는 약 400만명이다. 이언 플레처 영국 상공회의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문제는 제조업의 침체가 산업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독일에서도 5월 상승세를 보였던 제조업 부문 수주량이 6월 들어 취약한 국내 경제여건으로 인해 전월대비 2.5% 떨어지는 등 급격한 감소세를 보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독일 경제부가 6일 발표했다.

이처럼 경기둔화 추세가 뚜렷해지자 민간 경제분석가들이나 연구기관들이 잇따라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독일 정부의 경제정책 자문역을 맡고 있는 이른바 ‘5인 현인그룹’은 독일의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전망치 약 2%보다 낮은 1.4%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주간 슈피겔이 6일 보도했다.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 관계자는 “올 1·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작년 동기대비 0.4% 증가에 그치는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등 제로성장에 근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럽 경제성장의 양 날개랄 수 있는 영국과 독일의 경기가 심각한 둔화 추세를 보이면서 30일 이사회를 여는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ECB는 금리를 내리라는 국제사회의 끈질긴 압력에도 불구하고 5월10일 조달금리를 0.25%포인트 내린 이후 4.5%를 유지하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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