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단병호 자진출두]민노총-정부 타협하나

  • 입력 2001년 8월 2일 18시 50분


단병호(段炳浩) 위원장 등 수배된 민주노총 지도부 4명이 2일 농성 중이던 서울 명동성당을 나와 경찰에 자진 출두한 것은 주 5일 근무제 등 현안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총만 고립된 채로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천주교측이 명동성당에서 퇴거할 것을 요구하며 “정부가 구속 및 수배 노동자들에 대해 전향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언질’을 준 것도 한 요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7월 초 연대파업이 큰 반향 없이 끝난 후 노동제도 개선을 서둘러 왔다. 주 5일 근무제 연내 입법 방침을 밝혔고 노사정위원회에 비정규직 특위를 가동했다. 이는 민주노총에게는 ‘퇴진해야 하는 정권’ 주장에서 한 발 물러설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민주노총은 2일 기자회견에서 “상반기 투쟁은 정부가 주요 현안 해결에 나서도록 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하반기 투쟁을 힘있게 조직하기 위해서도 지도부의 활동공간이 제약되는 농성을 풀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노사정위 참여는 아직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혀 제도권 ‘대화채널’로의 복귀는 부인했지만 비공식적인 협상 참여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주노총 산하 일부 단위노조에서는 지도부를 비판하는 소리가 높았다”며 “자진 출두를 계기로 민주노총 활동이 정상화되고 단위노조 간부들의 구속 및 수배조치가 완화된다면 위기 상황에 있는 현 집행부의 입지는 강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석·최호원기자>kjs35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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