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발언대]부모 모시는 가정만 전기료 불이익

  • 입력 2001년 7월 29일 18시 47분


현 정부는 ‘국민의 정부’라고 하더니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로 500㎾ 이상 쓰면 ㎾당 639.40원으로 업무용보다 500%나 비싸게 책정해 서민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이 룸살롱 전기요금보다 비싸다니 웃음이 나오기까지 한다.

특히 ‘전기요금 누진제’의 불합리한 점은 가구당으로만 적용되므로 부모를 모시고 있는 저소득층, 즉 가족 구성원이 많은 가정만 손해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신혼부부만 사는 가구와 노부모를 모시고 형제, 자식이 함께 사는 가정이 어떻게 같은 양의 전기를 소비할 수 있단 말인가? 신혼부부는 낮에는 둘 다 직장에 나가니 전기를 쓰지 않고 야간에도 극장이다, 외식이다 밖으로 돌아다니니 전기를 많이 쓸 일이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노인들은 종일 집에만 있으니 TV도 봐야 하고, 전기 물리치료도 받는 등 전기를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 때문에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더라도 전기사용량은 누진 기준점을 쉽게 넘게 되므로 핵가족보다 훨씬 많은 요금을 내게 된다.

전기요금뿐만 아니라 모든 정책이 핵가족 위주로 입안돼 전통미덕인 부모를 모시는 가정은 여러모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 부모를 부양하는 사람에게 혜택은 주지 못할 망정 불이익을 주어서야 어찌 도덕적인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이 상 문(대구 수성구 범어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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