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초대받은 아이들'

  • 입력 2001년 7월 27일 18시 44분


토요일 오후가 되면 여기저기서 무리 지어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아파트 전체가 들썩거린다. 또 어느 집 아이의 생일 잔치 임이 틀림없다. 언제부터인가 토요일 생일 잔치는 아이들의 중요한 문화 행사가 돼 버렸다. 저학년 때는 한 반 전체가 움직이고 좀 크고 나면 자기들 무리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초대받은 아이들’은 이 생일 초대를 소재로 쓴 동화이다. 이제 막 세상을 보는 관심이 자기에게서 벗어나 또래 문화를 형성해 가는 나이인 ‘민서’는 같은 반 반장인 ‘성모’가 부럽다. 행동하나, 표정하나도 따라하고 싶을 만큼 멋지지만 그의 친구가 되기엔 뭔지 자신이 모자란 듯이 보인다. 그래서 더 관심은 온통 그 아이에게 가있어, 집에 오면 늘 성모 이야기 뿐이다.

그런 성모의 생일이 토요일인데 ‘나’는 초대도 못 받고 속상함을 들어주던 엄마는 ‘그날이 성모 생일만이겠느냐’면서 알 듯 말 듯한 말을 하신다. 왕처럼 생일 초대장을 나누어주는 성모 옆에서 초대받지 못한 민서의 마음은 복잡하다. ‘부럽다. 불공평하다. 초대받고 싶다. 단짝 친구가 있으면 좋겠다. 어째서 어떤 애는 생일마다 초대받고 어떤 애는 그렇지 못할까.’

이렇게 속상해 하며 집으로 돌아온 민서의 가방에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초대장이 들어 있다. 혹시 성모일까 해서 민서는 신나게 가보는데… 의외로 그 자리에는 엄마가 앉아있다. 그 날은 성모의 생일이기도 하지만 엄마의 생일이기도 했다. 성모는 민서를 알지 못했고 민서는 엄마를 알지 못했다.

이 동화에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아이들의 심리가 섬세하게 잘 드러나 있다. 민서나 성모나 그 관계를 만들어 가는데 아직 미숙하기는 마찬가지다. 민서가 샌님처럼 남에게 선뜻 나서지 못한다면, 성모는 자신을 남이 특별하게 봐주는 것에만 집착하여 좋은 인간관계의 많은 부분은 놓치고 있다. 이런 저런 과정을 거치고 배우면서 아이들은 건강하게 커간다.

어떤 관계에서든 중요한 것은 스스로 자기 중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남이 나를 어떻게 볼까’가 아니라 ‘내가 나를 어떻게 말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동화이다.

김혜원(주부·서울 강남구 수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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