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그렇게 데려가도 되는겁니까?"

  • 입력 2001년 7월 26일 18시 57분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요.”

프로축구 김호곤 부산 아이콘스 감독은 요즘 마음이 영 찜찜하다. 그것은 크로아티아 용병 뚜레를 성남 일화가 돈 한푼 안주고 얼씨구나하며 데리고 갔기 때문. 김감독은 올초부터 국내 각 구단에 “뚜레를 제발 좀 사가라”고 얘기했지만 정작 그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결국 ‘차마 선수를 썩힐 수 없어’ 방출하자 성남 일화가 기다렸다는 듯 계약금 없이 월봉 8000달러에 데려가 버렸다.

96년 부산에 몸담은 뚜레는 97년 부산의 3관왕을 이끌었던 주인공. 이 때문에 99년 계약금 39만달러(약 5억원) 연봉 12만달러(약 1억6000만원)에 3년간 재계약했다. 그러나 김 감독이 사령탑에 앉으면서 서로 스타일이 맞지 않아 그동안 벤치를 주로 지켰다. 부산은 고민 끝에 이적을 결정했고 타 구단의 반응이 없자 25일 자유계약선수로 공시한 것.

김 감독은 “우리도 그 선수에게 많은 돈을 투자했었는데 이렇게 이적료 한푼 주지 않고 데려가도 되는 것인가”라며 성남의 행동에 서운함을 표시했다.

사실 김 감독은 일본 J리그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다 국내로 ‘컴백’하는 김도근도 50만달러에 영입할 수 있었지만 ‘친정’ 전남 드래곤즈가 “우리가 희생하면서 보낸 선순데…”라며 강력하게 항의하는 바람에 포기한 바 있다. 김도근은 이적선수이기 때문에 부산이 영입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김 감독은 “선수 거래에 있어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야 하는 것”이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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