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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3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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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까지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열린 세계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 참석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회의장 밖에서 대규모 반세계화 시위가 이어지자 이렇게 말했다. 반세계화 운동은 이제 국제회의의 ‘통과의례’ 성격을 넘어서 무시할 수 없는 압력집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내년도 G8 정상회의의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회의 장소를 캐나다 로키산맥 속의 작은 휴양지 카나나스키스로 잡은 것이나 올 11월의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중동의 카타르에서 열기로 한 것도 반세계화 시위를 의식한 때문이다.
▽시위 양상 변화〓반세계화 시위가 처음 전면에 등장한 것은 99년 11월 시애틀 세계무역기구(WTO) 회의 때. 10만명이나 되는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여 ‘반세계화 운동’이란 단어를 세계인의 뇌리에 각인시켰다.
시위가 조직적인 양상을 띤 것은 지난해 9월 체코 프라하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세계은행(IBRD) 연차총회 때부터. 당시 1만여명의 시위대에 밀려 회의 일정이 하루 단축되기도 했다. 독일 주간신문 디 차이트는 시위대 중 일부가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교에 있는 시위 교육 전문단체 ‘러커스 협회’ 훈련장에서 ‘해병대 훈련을 능가하는’ 교육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올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 연례회의 때는 반세계화 운동측이 회의에 참석한 유명인사 1400명의 신용카드 번호와 출입국 날짜, 투숙 호텔과 객실번호, 회의 참석 일정 등을 웹사이트에 공개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이번 제노바 시위에서는 방탄복과 사제 플라스틱 방패까지 등장했다.
▽운동의 성격〓반세계화 시위가 점점 조직화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아직까지 범세계적인 지도부는 눈에 띄지 않는다. 환경 여성 노동단체를 비롯한 각종 비정부기구(NGO), 심지어 무정부주의자 그룹까지 가세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시위 지도부를 구성한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 이번 G8 정상회의의 시위는 이탈리아 단체인 ‘제노바 사회 포럼’이 지도부 구실을 맡았다. 시위가 갈수록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인터넷과 휴대전화, e메일을 잘 활용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심각한 문제는 시위가 점점 폭력화 유혈화돼 간다는 점. 아직까지 대부분의 반세계화 단체들은 평화적인 시위를 벌이려 하지만 일부 무정부주의자 그룹 등 급진 단체들이 폭력 시위를 유도한다고 영국의 BBC방송은 전했다. 세계 각국 출신의 시위대가 급조된 점과 경찰의 과잉진압 등도 폭력 시위의 요인으로 지적된다.
▽주장〓반세계화 단체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나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세계화가 국가간, 개인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심화시킨다는 게 공통적인 주장이다.
세계화는 선진국 자본의 이익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G8과 IMF, IBRD, WTO 등 국제 경제 금융기구 등이 ‘세계화 전파의 앞잡이’라는 것이 시위대의 인식. 이들 기구가 개도국과 후진국의 현실을 무시한 채 외자유치 및 무역장벽 철폐 등 개방정책을 강요하고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국영기업 민영화, 산업보조금 철폐 등으로 그나마 빈약한 사회복지를 줄인다는 논리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경제를 모르는 감정적인 주장”이라는 비판이 있으나 급격한 세계화에 따라 입지가 축소된 계층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확산되는 추세다.
<파리〓박제균특파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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