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대학병원들 정보화 열풍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42분


e메일을 이용한 전문의 상담, 사이버 건강강좌 개설, 자가 건강진단 프로그램 운영…. 대학병원에 ‘의료 정보화 바람’이 불고 있다.

보수적인 경영 마인드에 젖어 있던 대학병원들이 의약분업이라는 ‘강풍’을 맞은 뒤 의료 서비스를 개선하고 운영난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살길을 찾아나선 것이다.

▽잇따른 벤처 창업〓“결혼한 지 몇 년이 지났지만 아이가 생기지 않습니다. 민간요법으로도 안되는데 어떻게 하면 임신할 수 있을까요?” “자궁수술을 한 뒤 회복 중인데 어떤 운동이 좋은지요?”

인터넷 사이트 ‘차 케어스’(www.chacares.com)의 공개상담실에는 이런 e메일이 하루에 150건 가량 들어온다. 의사 20여명은 진료과목별 상담내용을 1∼5분짜리 동영상이나 e메일로 보내준다. 사이트 개설 4개월 만에 회원(무료 가입)이 10만명을 넘을 정도로 인기.

‘차 케어스’는 차병원이 여성의학 포털 사이트를 목표로 올 3월에 만든 벤처기업이다. 산부인과와 여성의학 분야에서 40년간 축적된 노하우를 바탕으로 산모와 유아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면서 관련 용품을 오프라인 매장인 ‘예스 마미’에서 판매한다.

서울중앙병원이 출자한 ㈜메디포유(www.medi4you.com)는 명의(名醫) 초청 사이버 강좌, 전문의 온라인 상담, 질환별 최적 병원 찾기 등의 코너 외에 의료인을 위한 첨단기법의 수술장면 동영상, 진료과목별 세미나 등 의료교육 정보를 제공한다.

서울대병원은 이지호스피탈과 버추얼엠디, 이지케어텍 등 3개 벤처기업을 만들어 지난달 22일 합동설명회를 개최하고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의료기관간 전자상거래와 온라인 처방전 발급 등 의료정보시스템 제공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

▽변신의 이유〓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대학병원들이 이처럼 벤처 창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지난해 7월부터 의약분업이 시행된 뒤 병원 경영 여건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

병원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던 약값 마진이 없어지고 환자를 앉아서 기다리는 식으로는 운영이 어렵게 되자 대학병원들은 우수한 의료진과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해 환자에게 폭넓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올리는 데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한양대 류머티스병원의 벤처기업 ‘임뮤노 씽크’는 그동안 외국제품이 장악해 온 류머티스 질환 진단키트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판매 중인데 값이 싸고 품질이 좋아 환자와 병원 모두에 이익을 준 대표적인 모델로 꼽힌다.

의약분업으로 지난해 중견 교수들의 이탈 현상이 두드러졌던 대학병원들은 벤처기업이라는 ‘당근’으로 우수 인력을 계속 확보하고 병원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차 케어스’의 정형민(鄭炯敏·포천중문의대 교수) 대표는 “급변하는 의료산업 환경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대학병원들의 벤처창업이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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