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칼럼]이성/월드컵과 국민행복지수

  • 입력 2002년 5월 29일 18시 37분


드디어 월드컵 축구대회가 시작된다.

나는 요즘 매일 매일이 신나고 즐겁다. 일요일이면 한강에서 멋진 불꽃이 솟아오르고, 쓰레기 더미에서 아름다운 공원으로 변모한 난지도에서는 나비들이 날아다닌다. 세계에서 제일 높은 202미터 수중 분수가 멋진 무지개를 그리며 뿜어 오르고, 물의 공원 선유도에서는 신선을 대신한 아베크족들이 정겨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내 거리는 온통 꽃길로 변했고 늘어선 만국기들이 한껏 잔치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세계 곳곳으로부터 4000명이 넘는 CEO들과 350여명의 세계 대도시 대표들, 그리고 50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들이 이 잔치를 함께 즐기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아왔다.

무엇보다 제일 신나는 일은 세계최강 잉글랜드, 프랑스와 대등한 경기를 한 우리 대표팀을 보면서 16강이 아니라 8강, 4강에도 올라가겠다는 희망이 가슴속에 꽉 차 있는 것이다. 출근해서 만나는 직장 동료들의 목소리가 가볍고, 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다. IMF 경제위기로 온 국민이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의기소침했던 때가 불과 4년 전인데, 우리 대표팀이 몰라보게 달라졌듯이 우리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국민 총생산(GNP)이 아니라 ‘국민 총행복’ 지수가 이렇게 높은 때가 우리에게 언제 있었던가?

두어 달 전에 친한 어떤 친구가 내게 말했다. 월드컵 대회를 준비하는 돈으로 다른 부문에 투자하면 우리나라가 훨씬 좋아질텐데 왜 이렇게 국력을 낭비 하냐고. 바로 그 친구가 며칠 전 내게 말했다. “월드컵 대회를 일년쯤 했으면 좋겠다. 온 국민의 신명을 최고조로 끌어 올려 이렇게 단합시킬 수 있는 일이 어디 또 있겠냐”고.

자, 이젠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 신명나게 잔치를 즐기자. 목이 터지면 어떠리? 경기장에서, 거리의 대형 화면에서, 집에서, 소리 높여 ‘대한민국’을 외치고 손바닥이 아프도록 박수를 치자. 마주치는 지구촌 손님들에게 반갑게 미소짓고 따뜻한 친절을 베풀면서 우리 가슴속의 행복을 지구촌에 전하자.

그러나 한가지 정신 바짝 차려야 할 일. 6월14일 우리 대표팀의 예선 경기가 모두 끝나고 그 결과가 실망스러울 때 만의 하나 그런 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 오래도록 이만큼 즐거웠으면 됐다고 만족할 마음의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절대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이 있더라도 받아들이는, 즐기되 그 결과에 목을 걸지는 않는, 그래서 날마다 오늘 같은 6월이었으면 좋겠다.

서울시 시정기획관 dltjd@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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