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V자로 패인 '클리비지 룩', 전문직 여성에 인기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37분


외국계 화장품 회사에 근무하는 박모씨(27)는 요즘 가슴선이 깊게 드러난 원피스를 즐겨 입는다. “상체를 굽힐 때 남자들의 시선이 신경쓰이긴 하지만, 상대방에게 당당하게 비춰지는 것 같아 좋다”는 것이 이유.

가슴선이 드러나는 의상 스타일이 주목받고 있다. 양쪽 가슴을 분할하는 ‘골짜기(cleavage)’가 깊이 드러났다는 이유로 ‘클리비지 룩’이라고도 하고, 계곡이 연상된대서 ‘밸리(valley) 룩’이라고도 한다. 더불어 가슴이 더 이상 감추는 부위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장하고 드러내 보이는 ‘패션의 주체’가 되고 있다는 인식의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각종 매체를 통해 ‘큰 가슴’을 직접적인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는 탤런트 정양이나 김지은이 대표적인 사례.

일부 전문직 직장 여성들은 ‘클리비지 룩’을 ‘이미지 마케팅’의 한 축으로 삼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남성들이 넥타이의 매듭이나 색상을 이용해 자신만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섹시한 이미지를 의도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디자인의 의상을 세련되게 차려 입었을 때 나타나는 전반적인 느낌은 ‘자신감’으로 집약된다는 것이 의상심리학자들의 견해.

20대 중반∼30대 중반 커리어 우먼이 주요 타깃인 이블루스(iblues) 마리나리날디 DKNY 등 해외브랜드, 베스띠벨리 나인식스뉴욕 등의 내수 브랜드에서 ‘클리비지 룩’은 특히 두드러진다. ‘씨’의 박난실 디자이너 실장은 “몇년 전만 해도 미니스커트에 쫄티나 민소매 셔츠를 입는 ‘노출족’들도 가슴의 일부가 드러나는 것은 금기시했으나 최근 들어 이 같은 금기가 급속히 사라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목선을 20cm 이상 깊게 파고 단추를 밑에 단 스타일이 가장 흔하다. 포멀한 투피스 정장의 상의도 옷깃이 크고 넓은 대신 첫번째 단추가 가슴 부위에 가깝게 달려있다. 민소매 상의에도 가슴선을 일자로 하지 않고 완만한 ‘V자’를 그리도록 디자인했다. 가슴 말고는 옷이 몸에 걸쳐 있게끔 받쳐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하늘하늘한 느낌도 준다.

‘클리비지 룩’은 최근의 속옷시장과도 연관이 된다. 가슴이나 어깨 부위의 노출 정도가 높아짐에 따라 어깨 끈이 없고 컵의 윗부분이 없는 ‘1/2 스트랩리스’형 브래지어가 인기를 얻고 있다. 자연스럽게 볼륨감 있는 가슴 라인을 연출해 주는 ‘에어 주입형’ 브래지어도 업체에 따라 전년에 비해 10배 이상의 매출 신장을 기록하고 있는 곳도 있다.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