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금융도 지금 혁명중-8]맨투맨 자산관리-서비스 경쟁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6분


얼마전 은행에 돈을 찾으러 갔던 김모씨(34)는 예상치 않았던 일을 경험했다.

집을 팔아 생긴 목돈 3억원을 예금한 뒤 생활비 몇 십만원을 찾으러 갔던 김씨는 평소처럼 번호표를 뽑아들고 기다렸다. 순서에 따라 창구에 통장을 내밀자 여직원은 돈을 내줄 생각은 않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잠시후 2층에서 한 직원이 달려내려왔다. 그리고는 하는 말. “앞으로는 줄을 서지 마시고 곧바로 저를 찾아오세요.”

▼글 싣는 순서▼
1. 대출세일 시대
2. 쏟아지는 신상품
3. 신용 카드 서비스
4. 인터 넷 빌링
5. 인터 넷 뱅킹
6. 바뀌는 투자열풍
7. 바뀌는 보험시장 판도
8. 프라이빗 뱅킹 확산
9. 투자은행업 등장
10. 글로벌체제 편입

그 직원은 김씨를 2층으로 모시고 갔다. 그리고 나서 김씨에게 목돈 운용에 대해 세세한 조언을 해줬다. 김씨는 뜻하지 않은 재테크 상담을 받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수십억대 자산가들에 비하면 부자축에도 못드는 김씨가 이런 대접을 받았다는 것은 금융기관들이 최근 프라이빗뱅킹(PB)에 얼마나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프라이빗 뱅킹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프라이빗 뱅킹이 갑자기 붐을 이루는 것은 은행의 손익분석이 ‘과학화’되면서부터. 한 시중은행 내부자료에 따르면 전체 고객의 5%에 불과한 VIP고객이 은행 예대마진의 65%, 은행수익의 49%를 기여한다. 82%의 일반고객의 마진기여율은 12%에 불과하다.

프라이빗 뱅킹은 부유층 고객을 대상으로 △일대일 마케팅을 통해 △남들과는 차별되는 방식으로 △예금 주식 부동산 등 자산 운용에 대한 종합 관리를 ‘은밀하게’ 해주는게 특징.

하나은행은 올해초 개인예금만으로 수신고 1조원 규모의 초대형 PB센터를 연 것을 비롯해 모두 14개의 PB센터와 50개의 PB영업점을 개설했다. 신한은행은 기존의 영업점을 전면 개편, 각 영업점마다 VIP고객을 위한 별도의 창구를 운영중이다. 랩어카운트의 허용으로 PB 시장에 뛰어든 증권사들도 앞다퉈 PB센터를 개설중이다.

PB고객에 대한 서비스 경쟁도 뜨겁다. 회원의 금융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고 재테크상담을 해주는 것은 기본. 거래수수료 면제, 환전수수료 감면, 대여금고 무료 이용 등 우대 서비스와 문화행사 초청 등 각종 부대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달 LG투자증권의 ‘골드넛 멤버스’에 회원으로 가입한 주부 이모씨(50)는 “친구의 권유로 가입했는데 서비스가 이 정도일줄 몰랐다”고 말했다. 피부관리강좌에다 포도주시음회 , 골프교실 등 무료행사 초청등이 줄을 이었기 때문. 이씨는 무엇보다 모든 행사가 소수의 고객만을 대상으로 조용히 진행된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LG증권 PB사업본부 김남순본부장은 “부유층의 욕구를 잘 파악하고 충족시켜줘야 PB영업의 핵심인 ‘고객과의 유대’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최근 PB고객 자녀들만을 대상으로 맞선 행사를 가진 것도 이런 전략에서 비롯됐다. 국내에 PB를 처음 소개한 씨티은행도 스키캠프, 음악회 초청, 건강관리 등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선진국의 프라이빗 뱅킹 "고객이 원한다면 무엇이든"▼

프라이빗 뱅킹은 200여년전 유럽의 은행들이 시작했다.

자연히 그동안 쌓아온 운용 노하우와 역사의 무게가 다르다. 김기서 현대투신증권 마케팅전략팀장이 저서 ‘프라이빗 뱅킹’에서 소개한 선진 프라이빗 뱅크들의 운용 철학을 들여다본다.

스위스의 픽텟앤씨 은행은 “1805년 설립된 이래 나폴레옹 전쟁, 양대 세계대전, 대공황 등을 겪었지만 모든 재난속에서도 고객의 재산만큼은 철저히 지켜왔다”고 소개하고 있다. 영국의 드러먼즈 은행도 “고객의 복지가 최고의 목적”이라고 강조.

고객별 요구에 철저히 맞춰주는 것도 핵심 사안이다. “픽텟의 모든 서류는 고객의 주문대로 만들어진다. 손님이 거위깃 펜으로 붉은 종이 위에 푸른 잉크로 쓴 서류를 원한다면 그렇게 해준다.”

다음은 유럽의 프라이빗 뱅크들이 내세우는 업무철학들.

“친구와의 관계처럼 신뢰를 바탕으로 고객과의 관계를 구축한다.”

“질 좋은 서비스는 로비의 안내원으로부터 자산관리 상담사, 전화교환원까지 모든 직원의 의무다.”“서비스의 품질은 전화받는 태도, 옷 매무새, 보고서의 수준, 문의에 대한 응답 속도 등 모든 부분에서 나타난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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