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 희망이다]美 초중고생 17%-소수민족 25% '까막눈'

  • 입력 2001년 6월 25일 18시 50분


웨스트 아덴초등학교는 흑인과히스패닉이 99%를 차지한다.
웨스트 아덴초등학교는 흑인과
히스패닉이 99%를 차지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흔들리는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교육투자를 늘리고 있다. 기초학력의 저하, 빈부간의 교육불평등 및 학력격차 등은 공교육의 공통된 과제다.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학력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대안을 찾고 있는지 살펴보자.》

저소득층 지역에 있는 웨스트 아덴 초등학교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교육환경이 가장 열악한 학교로 꼽힌다.

학생들의 구성을 보면 대충 짐작이 간다. 1300명의 학생 중 멕시코 출신 등 히스패닉이 66%, 흑인이 33%다. 아시아계나 백인은 0.1∼0.2% 정도에 불과하다.

학부모들 가운데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 학생의 49%가 월수입 2000달러 이하의 저소득층 가정 출신인데다 부모가 이혼해 편부나 편모인 가정의 학생이 대부분이다. 실업자 학부모가 많아 학부모나 학생 모두 교육에 대한 관심이 낮을 수밖에 없다.

학업성취도 평가시험의 하나인 ‘스탠퍼드 나인(Stanford 9)’의 학교 성적을 보면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이 학교가 속한 캘리포니아주의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에 50점. 하지만 이 학교의 1학년은 35점, 2학년은 21점, 3학년은 20점이고 4학년으로 올라가면 15점으로 뚝 떨어진다.

▼글 싣는 순서▼

-3부 학력격차 줄이자-
1. 미국의 실태
2. 미국의 해소노력
3. 한국의 현주소
4. 약자를 위한 배려
5. 한국의 장애인교육

이 학교 바버라 레이크 교장(여)은 “저소득층의 학력저하가 심각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학력격차는 세계 최고의 교육시설과 환경을 갖췄다는 미국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다. 가정환경이 학력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1966년 ‘콜먼 보고서’ 이후 새로운 교육제도를 도입하고 교육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일선 학교에서 학력이 향상되는 조짐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들고나온 ‘뒤지는 아이는 없다(No Child Left Behind)’라는 슬로건도 이 같은 사회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조사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미국 초중고교생 가운데 글을 못 읽는 학생이 평균 16∼17%이고 흑인 등 소수 민족의 경우 22∼25%에 이르며, 기초 생활이 어려운 기능적 문맹자는 26.3%나 된다고 미국 문해교육본부(LEH)는 밝히고 있다.

올해 4월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NCES)가 발표한 ‘교육성취도평가(NAEP)’에 따르면 초등학교 4학년생의 독해능력을 평가한 결과 92년, 2000년 조사 모두 500점 만점에 217점으로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학력이 전체적으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상위권과 하위권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실제로 상위 25%의 학생들은 성적이 242점에서 245점으로 향상됐지만 하위 10%의 학생들은 170점에서 163점으로 떨어졌다.

히스패닉 등 비영어권 주민의 증가도 기초학력 붕괴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인종별로 보면 백인(226점), 아시아계(232점)에 비해 경제 수준이 낮은 흑인(193점), 히스패닉(197점)의 성적이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92년에 비해 4학년 중 흑인 학생 비율이 16%에서 14%로 떨어졌지만 히스패닉 학생은 9%에서 15%로 급증했다. 로스앤젤레스의 경우 히스패닉 학생이 절반이 넘는 학교가 있어 교사와 학생간에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교사가 영어로 무슨 말을 하면 학생들끼리 스페인어로 말을 주고받으며 교사의 말을 해독하는 식이다.

부모의 교육에 대한 관심도 큰 요인이다. 숙제를 하려고 하루에 공부하는 시간이 1시간 이상인 학생은 16%, 30분∼1시간 미만인 학생은 20%, 30분 미만인 학생은 43%, 숙제가 없거나 아예 하지 않는 학생은 12%인 것으로 조사됐다.

시애틀의 게이트웨이고교 피터 소프 교장은 “학부모의 교육 및 소득 수준은 자녀의 학력에도 영향을 미쳐 학력적성시험(SAT)에서도 수입과 성적이 정비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부모가 집에서 자녀에게 독서 지도를 하는 등 교육에 관심을 쏟으면 자녀가 당연히 공부를 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인터뷰/웨스트아덴초등교 레이크 교장▼

“학생의 가정환경을 감안하면 교육 여건이 매우 열악합니다. 하지만 교사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아덴초등학교 바버라 레이크 교장은 “가정환경이 어려운 흑인 히스패닉 학생들에게 공부하라고 격려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레이크 교장은 “대표적인 빈민층 지역에 있는 이 학교에 66년부터 35년간 엄청난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별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관심이 적고 치안상태도 좋지 않아 교사들도 근무를 꺼린다”고 말했다.

실제 집에 컴퓨터가 있는 학생이 5%밖에 안돼 e메일이 무엇인지 모르는 학생들도 많았다. 또 이 학교의 교사 57%가 정식 교사자격증이 없으며 초임 교사들이 많은 편이다. ‘빈곤층 학생’과 ‘미숙한 교사’가 겹쳐 양질의 교육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레이크 교장은 전했다.

“우수한 교사들을 강제 배정하거나 인센티브를 주면 될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녀는 “미국은 교사 노조의 힘이 세기 때문에 마음대로 하기 어렵다”고말했다.

“교육에서 학부모의 역할이 가장 중요한데 대부분 교육 수준이 낮아 자녀에게 학습동기를 전혀 주지 못합니다. 아이들이 왜 공부를 해야하는지를 잘 모르는 것을 볼 때 가장 안타까워요”

그녀는 “몇년 전 한국을 방문해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그토록 열성적인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며 “이곳에선 담임 교사가 학생지도를 위해 집에 전화를 걸면 ‘왜 귀찮게 구느냐’고 항의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도 흑인출신이지만 열심히 노력해 교장이 됐으며 정년이 2년밖에 남지 않았다”면서 “흑인 빈민지역에서 교육을 일으켜 세운 실화를 다룬 영화 ‘나에게 기대어라(Lean On Me)’의 주인공처럼 교직을 마치고 싶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교육성취도평가는?▼

미국의 교육성취도평가(NAEP)는 학생들이 영어문장을 제대로 읽고 어휘를 이해하는지 측정하기 위해 독해평가에 역점을 둔다. 객관식과 서술·주관식 문제가 반반씩 출제되고 내용도 제법 까다롭다. 이 때문에 지금 미국 초등학교에서는 ‘독서열풍’이 불고 있다.

◇배고픈 거미와 거북

거미와 거북은 서로 다른 나라에 살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멀리 떠나 여행하느라 굶주린 거북이 거미의 집에 도착했을 때 둘은 처음 만났습니다.

거미는 식욕이 왕성한 것으로 이웃에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손님인 거북은 거미가 음식을 대접했을 때 그것이 진심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거미가 혼자 음식을 모두 먹고 싶으면서도 환대하는 것처럼 한 것은 사람들이 자기를 험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연극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거북은 속은 것을 알았지만 자신이 이를 알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지 않게 했습니다. 거북은 맛있는 식사였다는 거미의 말에 정중하게 동의했습니다. 거북은 떠나면서 거미를 자기 나라로 초청했습니다.

한참 세월이 흘러 대식가인 거미는 집을 떠나 거북의 나라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거북이 속마음을 숨기기 위해 자기 고장의 풍습을 써먹을 차례가 됐습니다. 그는 거미가 환대하는 것처럼 했던 행동을 그대로 했고, 거미는 그대로 식사를 했습니다.

1.거미가 거북을 초대해 음식을 나눠먹은 이유는….

①즐겁게 하려고

②친절하게 도움을 주려고

③함께 식사를 하고 싶어서

④관대하게 보이고 싶어서

2.거미의 성격을 잘 나타내는 단어는….

①인내심이 있다

②친절하다

③이기적이다

④화가 났다

3.거미가 잘못 대접하는데도 거북이 잠자코 있도록 쓴 작가의 의도는….

①거북이 겁먹고 있는 것을 믿게 하려고

②거북에게 동정심을 느끼게 하려고

③거북을 혐오하도록 하려고

④거북이 식사를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도록

4.거미의 집에서 보인 거북의 행동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서술하라.

▼콜먼 보고서는▼

1966년 미국 존스홉킨스대 사회학과 제임스 콜먼 교수가 미국 학교를 진단해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는 큰 충격을 던졌다.

그는 미국 전역 4000개 학교의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학생 62만5000명을 대상으로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미치는 100여개의 변인을 연구해 13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보고서를 내놓았다.

콜먼 교수는 공립학교에서 인종, 피부, 종교에 의해 공평한 교육기회가 제한되고 교육시설의 불평등한 지원으로 빈민층 자녀들이 중류계층 자녀들에 비해 얼마나 불이익을 받고 있는지에 관심을 가졌다.

학교 시설, 교사 봉급 등 교육투자 경비의 불평등이 학업성취도에 영향을 준다는 콜먼 교수의 가설은 빗나갔다.

흑인과 백인이 다니는 학교가 분리되어 있을 정도로 인종분리 현상이 심각했으며 교육여건이나 방식에는 큰 차이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흑인은 백인보다 학력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2∼3년 떨어지며 고교에 진학하면 격차가 더 벌어지는 등 가정환경과 학력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콜먼 교수의 보고서를 계기로 차별금지법(Affirmative Action)이 도입되고 마그넷스쿨 등 흑백 분리교육을 해소하려는 새로운 교육제도들이 시행되게 됐다. 학교당 흑인학생 비율이 60%를 초과하지 못하게 하고 학생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다른 지역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 것도 이 보고서 덕분이다.

이 때문에 70년대 미국사회는 사회계층과 교육을 연관시켜 사회구조 자체를 비판하는 논쟁이 벌어졌다. 빈곤층 자녀들은 성장과정에서 부모의 무관심 등으로 교육기회나 공부하려는 의지가 결여된다는 것. 빈곤층 자녀들은 성장과정에서 이 같은 빈곤층 문화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돼 ‘빈곤과 낮은 교육’은 대를 이어 악순환된다는 설명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이현청(李鉉淸) 사무총장은 “미국이 계층간 교육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별 성과가 없을 정도로 교육개혁은 힘든 작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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