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우리아파트 자랑]황의 건양종건 사장

  • 입력 2001년 6월 24일 19시 18분


‘내가 이 일을 왜 하나, 그만 둬도 나 한 몸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건양종합건설 황의(黃義·50·사진) 사장이 분양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품질이 좋아도, 가격이 저렴해도 대형업체와 경쟁하기는 쉽지 않다. 브랜드 인지도에서 밀리기 때문이다. 중소업체의 설움을 곱씹으며 사업을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30년 걸어온 ‘주택 외길’을 떠날 순 없다.

“브랜드 때문에 외면당할 때는 억울하지요. 그래도 싼 값에 잘 짓다보면 좋은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황 사장은 아파트 품질에 자신이 있다. 대형업체보다 눈에 띄게 설계나 시설이 나아서가 아니다. 그가 직접 마감재 하나까지 선택하고 매일 현장을 확인하기 까닭이다.

황사장의 그을린 얼굴은 영락없는 ‘마흔살 작업 반장’이다. 처음 공사 현장에 온 기능공들이 그가 사장인지 알아채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자신을 작업반장으로 봐주는 게 오히려 반갑다. 폼보다는 실속을 좋아하는데다 30년 전 직접 벽돌을 나르며 사업을 시작하던 때가 향수로 떠오르기 때문이다. “중소업체는 공사 현장이 적어 사장이 직접 공사를 관리할 수 있습니다. 공사판 막일도 해본 사장들이 많아 꼼꼼히 지을 수 있지요”.

그의 아파트 관(觀)은 조금 구식이다. ‘서민들의 내집 마련’을 최고로 여긴다. 그래서 서울 강남 같이 땅 값이 비싼 곳에서는 사업을 벌이지 않는다. 서울 변두리나 수도권에서 교통여건이 괜찮은 곳을 찾아 아파트를 짓는다. 올 해 분양한 월계동 석계 전철역 앞 ‘건양 노블레스’가 대표적. 33평형 분양가는 1억6800만원. 마이너스 옵션제를 도입해 분양가를 1억4000만원대로 낮추었다. (02-912-7400)

황사장은 공사 현장을 3곳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자신이 직접 관리 점검할 수 있는 만큼만 사업을 하기 위해서다. ‘덩치를 불리면 망한다’는 식의 알뜰 경영 덕분에 외환위기도 무사히 넘겼다고 자부한다.

그는 “중소업체가 살아야 나라가 건강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국민 세금까지 축내며 부도를 내는 대형업체보다 알뜰하게 사업하는 중소업체도 국민이 알아줬으면좋겠습니다”. 기자도 공감이 갔다.

<이은우기자>lib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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