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美 일부변호사 윤리 논란…NYT '파이어스톤' 사건 보도

  • 입력 2001년 6월 24일 18시 55분


미국의 변호사들이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을 알았으면서도 소송에 이기기 위해 4년 동안이나 이를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져 변호사의 직업윤리가 도마에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변호사들이 96년부터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안전결함 관련 정보를 확보하고도 미 고속도로교통안전국(AHTSA)에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24일 보도했다.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결함 논란이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2월. 이 타이어를 장착한 포드의 스포츠레저 차량(SUV) ‘익스플로러’가 잦은 타이어 파열 사고를 일으키고 있어 소비자들의 민원이 급증하고 있다는 한 TV뉴스 보도가 나오자 AHTSA가 조사에 착수했던 것.

AHTSA는 익스플로러가 잇따라 타이어 파열사고를 일으키고 있으며 당시까지 193건의 사고로 운전자와 승객 21명이 사망했다고 6개월간의 조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발표 직후 파이어스톤은 익스플로러 등에 장착된 타이어 3종 650만개를 리콜한다고 밝혔으며 포드는 지난달부터 파이어스톤 타이어의 교체에 나섰다.

그러나 일부 상해전문 변호사와 미국 최대의 교통안전 컨설팅업체인 ‘스트러티직 세이프티’는 피해자들의 의뢰를 받아 소송을 준비하면서 이 타이어의 안전 결함을 96년부터 알고 있었다는 것.

그러나 이들은 △타이어 결함을 당국에 알렸는데도 조사 결과 아무런 증거도 나오지 않을 경우 소송에서 불리해질 것이고 △파이어스톤 포드 등 피고측에 정보를 알려주는 셈이 될 것을 우려, AHTSA에 타이어 결함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이들은 AHTSA가 공식조사에 착수한 뒤에도 확보한 정보와 증거들 가운데 일부는 자신들의 소송에서 ‘비장의 카드’로 사용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신문은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변호사들이 타이어 안전결함을 당국에 알려 보다 일찍 조사가 이뤄지도록 했다면 많은 희생자들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당국에 신고된 203건의 타이어 관련 사망사고 중 190건이 모두 96년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한 외과의사는 “환자들이 죽는 이유를 알면서도 의료서비스 수요가 줄 것이란 점 때문에 이를 숨기는 것과 같다”며 변호사들의 직업윤리 의식을 질타했다.

스트러티직 세이프티의 컨설턴트인 숀 케인은 그러나 “변호사의 첫째 의무는 의뢰인에게 최대한 많은 보상금을 받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윤리적 문제보다 직업정신이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미 변호사들은 소송에서 이길 경우 판결금액이나 합의금의 3분의 1을 받고 있다.

<신치영기자>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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