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블레어는 누구인가

  • 입력 2001년 6월 8일 19시 33분


1997년 보수당의 18년 장기 집권을 허물고 노동당 시대를 꽃피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48)는 이번 재집권을 통해 2차 세계대전 후 가장 성공적인 영국 정치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94년 노동당 당수에 취임한 그는 당헌 개정 등을 통해 지나치게 좌익으로 흐르던 노동당을 중앙으로 끌어들였으며 전통 사회주의와 신자유주의를 접목한 ‘제3의 길’이란 새 정치이념을 제시해 영국은 물론 유럽 사회주의의 변혁에 큰 물꼬를 트기도 했다.

탁월한 리더십과 소신을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해온 데다 뛰어난 언변과 젊고 지적인 이미지, 독실한 기독교 신앙, 가정에 충실한 가장이란 장점까지 합쳐져 ‘TV시대에 가장 완벽한 정치가’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의 본명은 앤서니 찰스 린튼 블레어.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의 부유한 중산층 집안에서 태어났다. 변호사이던 그의 아버지는 열렬한 보수당원이었다.

옥스퍼드대 법대 재학시절 장발을 하고 ‘어글리 루머스’란 록그룹을 만들어 활동하는 등 반항아적인 기질을 보였던 블레어는 75년 한 노동당 의원과의 인연으로 노동당에 입당했다. 졸업 후 변호사 생활을 하다 같은 변호사로 좌익운동가 집안의 딸인 셰리 부스를 만나면서 그의 인생은 결정적으로 달라졌다.

정치가의 길을 택한 그는 83년 약관 30세의 나이로 하원의원에 당선됐으며 얼마 되지 않아 노동당 내 중도개혁파의 기수로 떠올랐다. 94년 존 스미스 노동당수가 사망하자 “노동당이 21세기의 수권정당이 되기 위해선 변화하는 사회를 이끌 전략과 개혁이 필요하다”며 당권에 도전에 승리했다. 20세기 최연소 영국 총리(1997), 노동당 사상 처음으로 임기를 채운 뒤 연임에 성공한 총리 등 ‘기록의 사나이’로 자리매김한 그가 영국과 유럽, 나아가 세계무대에서 앞으로 어떤 활약을 펼칠지 기대된다.

<이종훈기자>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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