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컨페더컵]나카타에 목맨 일본

  • 입력 2001년 6월 6일 18시 34분


일본축구의 ‘영웅’ 나카타 히데토시(24·이탈리아 AS로마). 그의 소속팀 복귀 시기를 놓고 지금 일본열도가 온통 시끌벅적하다.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 결승전이 열리는 10일 이탈리아에서는 프로축구 세리에A 우승컵의 향방을 가르는 나폴리와 AS로마의 중요한 일전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AS로마는 나카타 없이는 안 된다며 그의 소속팀 복귀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필립 트루시에 일본 축구대표팀 감독은 “결승에 오를 경우 나카타를 절대 내줄 수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AS로마와 마찰을 빚고 있다.

두꺼운 선수층을 자랑하는 일본 축구대표팀이 나카타라는 한 선수에 ‘목을 매는’ 이유는 과연 뭘까.

바로 세계 최강 프랑스가 ‘지네딘 지단의 축구’라면 일본은 ‘나카타의 축구’이기 때문이다. 또 일본 축구팬의 시선이 모두 나카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4일 가시마에서 열렸던 일본-브라질전. 나카타는 이날 비록 공격포인트를 올리진 못했지만 천재성이 번득이는 플레이로 세계 각국에서 모인 축구 전문가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전반 39분 미드필드 중간에서 볼을 받은 나카타는 쇄도하는 상대 선수를 간단히 제친 후 최전방을 바라보았다. 스트라이커 스즈키와 야마시타에게 상대 수비수가 바짝 달라붙어 있는 것을 확인한 나카타는 패스 대신 그라운드를 가로질러 볼을 드리블해 나갔다. 이윽고 일본 공격수들이 브라질 수비수를 따돌리고 공간을 확보하자 단숨에 날카로운 패스를 위로 올렸다.

나카타의 천재성은 단순히 패스 때문만이 아니다. 드리블을 해나가면서도 상대 수비수의 움직임을 면밀히 관찰해 일본 스트라이커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볼을 받을 수 있는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 때문이다. 한 두 명 제친 후 곧바로 의미 없는 패스를 하는 ‘단순한 개인기’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

또 나카타는 팀의 정신적 기둥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맏형’이다. 지난달 31일 캐나다전에서는 전반 프리킥 기회를 얻자 이날 따라 유난히 강한 의욕을 보인 오노에게 ‘가위바위보’를 제안해 기회를 양보했다. 갑작스러운 오노의 슈팅에 나카타만 경계하고 있던 상대 수비라인과 골키퍼는 손도 쓰지 못한 채 당하고 말았다.

그간 일부에서는 나카타가 이탈리아 무대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것은 ‘흥행 효과’로 선발출장이 가능했기 때문이라는 회의론이 있었다.

그러나 나카타는 이번 대회에서 ‘성공은 실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확실히 입증했다.

이번 컨페더레이션스컵을 지켜보고 있는 잉글랜드의 명문 아스날과 프랑스의 생 제르망은 나카타의 영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프로축구 소득랭킹 8위에 당당히 랭크돼 있는 나카타. 그는 그라운드에서의 실력과 독특한 카리스마를 갖춘 채 세계적인 스타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요코하마〓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나카타는 누구?▼

·1977년1월22일생.

·1m75, 72kg.

·일본 J리그 벨마레 히라스카에서 98년 이탈리아 세리에 A 페루자를 거쳐 2000년 1월 이적료 2500만달러 (약 325억원)에 AS로마로 이적.

·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당시 19세에 일본 올림픽 대표로 선발.

·98년 올해의 아시아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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