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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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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북한 상선의 제주해협 통과가 알려지자마자 ‘제주해협 통과를 원하는 북한상선이 우리측에 사전통보나 허가요청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경우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는 정부의 초기 대응이 한심스럽기 그지없다.
정부는 북한 상선이 우리 영해를 통과하면서 ‘김정일 장군이 개척한 항로’ 운운하는 데도 6·15공동선언의 정신을 이유로 문제삼지 않으려는 태도였다. 그 같은 정부의 안이한 대처 때문에 북한 상선 1척이 또 영해를 침범했는가 하면 이미 제주해협을 무단 통과한 2척의 상선은 ‘보란듯이’ 항로를 90도나 꺾어가며 북방한계선(NLL)을 유유히 넘어갔다.
햇볕정책이라는 정치논리에 밀려 무단 ‘침입자’를 손 하나 쓰지 못하고 그냥 내보낸 군의 자세도 보기에 민망할 뿐이다. 특히 북한상선이 넘어간 NLL은 우리군이 북측과 교전까지 해 가며 지킨 경계선이다. 국방을 최우선 목표로 삼아야 할 군이 그처럼 무력한 대응을 한다면 국민이 군을 어떻게 신뢰할 것이며 군 내부의 사기는 또 뭐가 되겠는가. 이번 사건 때문에 군 내부에서도 볼멘소리와 불만이 적지 않다는 사실을 정부는 직시할 필요가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우리가 그처럼 북측에 ‘관용’을 보이면 중단된 남북대화 재개의 계기가 자연히 마련될 것이라는 소박한 기대를 하고 있는 모양이다. 의도적인 도발을 하고 있는데도 그에 대해서는 눈감은 채 일방적으로 대화만 생각한다면 그것은 대화를 구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정부가 이처럼 미지근한 태도를 보였으니 북한이 또 어떤 형태의 도발을 해올지 모를 일이다. 햇볕정책도 중요하고 남북화해도 좋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북한상선이 처음 우리 영해를 침범했을 때 즉시 원리 원칙대로 북한 상선의 항해를 정지시키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더라면 오히려 평양측과의 대화가 더 손쉬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는 이와는 반대로 제주해협의 개방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자세를 보여 스스로 북한과의 협상 여지를 없앤 형국이 됐다.
남북화해 협력도 튼튼한 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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