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진영준/서울몰린 마라톤대회 공멸할라

  • 입력 2001년 6월 5일 18시 36분


어느 조그마한 마을에 여러 개의 식당이 있었다. 이 마을 사람들은 외식을 좋아하여 식당들은 매우 번창하였다. 그러자 이 사람, 저 사람 심지어는 이웃 마을 사람들도 이 마을에 식당을 열었고 결국은 모든 식당이 운영난에 빠지게 되었다. 소위 어떤 사업이 잘 되면 무작정 뛰어드는 ‘미 투 비즈니스’(Me-too-business)로 결국은 모두가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이다. 국내경제도 중복, 과잉투자 때문에 많은 기업이 부실화되어 결국 전체 국민의 부담이 되었다.

요즘 국내 마라톤계는 황영조에 이어 이봉주가 눈부신 활약을 벌여 마라톤붐이 대단하다. 이러한 열기에 힘입어 과거 서울시내에서 거행되다 교통혼잡을 이유로 의정부, 잠실∼성남, 경주로 옮겨갔던 동아마라톤대회가 지난해 30여년 만에 다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게 되었다. 필자도 작년과 올해 모두 출전하여 자동차 없는 서울 시내를 마음껏 달리는 자유를 맛 보았다. 달리는 도중에 횡단보도 등에서 짜증을 내는 시민들을 보면 미안함을 느끼기도 했다.

이렇게 마라톤이 인기를 끌자 ‘미 투 비즈니스’ 현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좀 된다 싶으니까 너나 할 것 없이 서울에서 마라톤대회를 열고 있다.

다른 언론사는 물론 일반 회사들까지 포함해 서너개의 마라톤대회가 잠실에서 열리기 시작하더니 드디어는 이 지역 주민들의 불편이 심화되어 폭발 직전이라는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이러한 사유로 모처럼 다시 서울에서 열리게 된 세계적 권위와 전통의 동아마라톤이 다시 지방으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한국도 뉴욕, 보스턴, 런던, 베를린과 같은 명문 마라톤 대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72회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자 손기정선수의 ‘일장기 말살사건’으로 국민에게 친숙한 동아서울마라톤을 전 국민이 참여하는 축제로 키워야 할 것이다.

새로 창설되는 대회는 꼭 서울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이고 특색있는 경기로 시민의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

진영준(데이콤아이엔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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