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위원장 서울 오나, 안 오나

  • 입력 2001년 5월 25일 18시 33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게 “서울 방문에 대한 확실한 스케줄을 밝혀달라”고 촉구하고 나선 데는 여러 가지 계산이 있는 것 같다. 시기적으로 6·15남북공동선언 1주년이 눈앞에 다가온 데다 미국의 조지 W 부시 행정부도 대북(對北)정책의 골격을 거의 다 마련한 상황이다. 김 대통령으로서는 이제 김 위원장에게 정면으로 ‘가부(可否)’를 물을 때가 됐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6·15남북공동선언에 들어 있는 남북한 정상간의 문서로 된 약속이다. 공동선언문에는 “김 위원장이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고 그 ‘적절한 시기’가 대충 올 상반기라는 데는 별 이론이 없었다. 그런 남북정상간의 ‘역사적인 약속’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약속이 준수되지 않는 전적인 책임은 물론 북한측에 있다. 북한측은 부시 미국대통령의 대북강경책 등을 이유로 김 위원장의 답방 문제 등 남북관계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북한은 그동안 장관급회담 등 남북한 당국간의 약속도 숱하게 깼다. 경의선도 복원하자고 해놓고 아직까지 손도 안댄 상태라고 한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이 같은 약속 파기를 모를 리 없다. 어느 나라가 그런 북한과 마음을 트고 얘기를 하려 하겠는가. 이렇게 되면 식량난 해결 등을 위해 국제적 신뢰를 쌓는 일이 무엇보다 급한 북한만 손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동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시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말은 여러번 바뀌었다. 정부는 김 위원장이 금년 상반기에 올 것이라고 했다가 ‘금년 중에’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지금은 금년 중에도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평양당국과 제대로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 예측이 불가능한 모양이다. 이러니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점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남북관계가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일차적으로 경제적 실속만 챙기려는 북한측의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지만 그런 북한측을 상대로 그동안 우리 정부가 펴온 대북정책이 정교하지 못했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당장의 가시적 실적에만 급급하다보니 결국 오늘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이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대북정책은 정권차원이 아닌, 보다 높은 안목으로 판단하고 보다 현실적인 시각에서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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